잡문/기타 잡문2017. 12. 2. 23:53
최선
살면서 어떤 최선을 다해본 적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국에서 나서 자란 사람 치고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때가 아니라면, 대학에서 취업을 하기 직전의 순간을 떠올리거나, 그 때도 아니라면 아이를 기르고 있을 때라거나. 

최선이라는 용어라는 게 의미하는 게 뭘까. 살면서 최선을 다한 적이 언제인가요, 라는 질문을 들으면 보통 한 가지 일에 미친듯이 몰두하는 때를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고3 때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쓰지 않았던 그 때를 사람들이 종종 떠올리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그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음을 느낀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신경써야만 하는 것이 늘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 연애, 재테크, 취미, 식사, 몸매 관리, 패션, 수면, 커리어, 외국어 공부, 멘탈 관리, 종교적인 믿음, 건강 등등 수많은 것들이 나를 괴롭힌다. 그런 수많은 것들에 동시 다발적으로 신경을 쓰고 적절한 레벨을 유지하는 것은 최선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걸까? 일주일을 보내면서 그런 많은 것들에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더이상 다른 어떤 것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부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들 때 나는 아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저녁에 잠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하루 종일 너무 힘이 들어서 정신마저도 폭싹 말라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그런 기분이 든다는 건 내가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물론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을 때는 스스로도 알기 쉽다. 몇날 몇일이고 내 방에 앉아서 컴퓨터만 쳐다보면서 게임하고 드라마를 보는 일상이 되었던 순간이 있다. 살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건 오히려 이런 최선을 다하지 않는 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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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