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4. 20. 09:00

저자 : 헤르만 헤세 / 옮긴이 : 박병덕
출판사 : (주)민음사
초판 1쇄 발행 : 2002년 1월 20일 (원본 발행 : 1922년)
전자책 발행 : 2014년 1월 10일 

1. 어떤 책인가요? 
'데미안'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초기작입니다. 일단 책이 얇은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 좋습니다. 막상 책을 읽다보면 초기불교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이게 뭔 말인지 싶은 부분들도 다수 등장합니다. 어느 정도 불교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으면, 싯다르타와 그의 친구 고빈다가 왜 편한 삶을 놔두고 고행을 하려고 하는 지부터 이해가 가지 않지요. 

불교 세계관에서 인간의 삶은 생로병사가 계속 반복되는 고통으로 이뤄져 있다고 봅니다. 심지어 삶은 끊어지지 않고 다시 윤회하여 반복되기 때문에 이런 고통들은 계속 이어지지요. 아무리 즐거운 쾌감이 오더라도 이것은 일시적이며 다시 고통이 찾아오고, 고통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이 일시적이라 다음 고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카스트제도는 이러한 세계관이 사회적 질서로 정립된 형태라고 보면 쉽습니다. 낮은 계급으로 태어난 이들은 자신이 짊어진 죄를 속죄해야 합니다. 중간 계급에 있는 이들은 성실한 삶을 통해 다음 생에서는 더 높은 계급으로 태어나야 하지요. 높은 계급에 태어난 이들은 깨달음에 이르는 명상과 공부를 통해 윤회하는 고통의 끈을 끊어야 합니다. 이를 '득도'했다고 표현하며, 또 한편으로는 '부처'가 되었다고 하지요. 

이 책은 싯다르타라는 주인공(흔히 우리가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인물을 모델로 함)을 따라가며, 그가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는 모습을 그려나갑니다. 

전 이 책을 두 번째 읽는 건데, 1922년에 쓰여졌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매우 완성도가 높고 현대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헤르만 헤세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어떠한 고민을 했었을지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2. 종교적 깨달음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삶의 지향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싯다르타라는 책이 단순히 종교의 깨달음을 위한 불교 책으로 한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싯다르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현실에서 아둥바둥 살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되거든요. 

'난 대체 무얼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라는 오랜 기간동안 하지 못했던 질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해서 특별히 답을 가르쳐 주고 있진 않습니다. 오히려 아래 문구처럼 싯다르타의 입을 빌려 말해줍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닙니다. 나 자신에 대하여서만, 오로지 나에 대해서만, 저는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고, 저는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고, 저는 거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한 편으로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책 중간 쯤에 싯다르타가 '카와스와미'라는 상인을 만나서 크게 성공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이 모습이 결국 성공하는 현대인의 기본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싯다르타는 이것보다도 더 높은 지향점을 향하지만, 일단 많은 사람들은 이 정도도 이루기 어렵긴 하니까요.) 

"모든 사람이 다 영리하지는 않아요." 카말라가 말하였다. 
"아니야."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카와스와미는 나만큼이나 영리해. 그렇지만 그는 자기 내면에 은신처를 갖고 있지 않아.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지적인 능력은 어린애 수준밖에 안 되면서도 그런 걸 갖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야, 카말라, 바람에 나부껴 공중에서 이리저리 빙빙 돌며 흩날리다가 누풀거리며 땅에 떨어지는 나뭇잎 같은 존재야. 그러나 얼마 안 되는 숫자이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늘에 있는 별 같은 존재로서, 고정불변의 궤도를 따라서 걸으며, 어떤 바람도 그들에게 다다르지는 못하지. 그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그들 나름의 법칙과 궤도를 지니고 있지."

심지어 이 책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하기야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치게 되는 부모와 자녀 관계도 이야기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깨달음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싯다르타는 성공한 아버지는 아니었습니다만, 싯다르타와 뱃사공이 나눈 아래 대화는 아주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친애하는 친구여, 이러한 길이 어느 누구한테는 혹시 면제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설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이 어린 아들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그 아이에게는 제발 번뇌와 고통과 환멸이 면제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기 땜누에, 당신 아들에게는 그 길이 혹시 면제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믿고 있는 겁니까? 그렇지만 설령 당신이 아들 대신 열 번을 죽어준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 아이의 운명을 눈곱만큼이라도 덜어줄 수는 없을 겁니다."

이래저래 얻어갈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책입니다. 삶을 조망하면서 여러 번 읽어볼 수 있는 책 같아요. 

3.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고빈다와 싯다르타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깨달음을 추구합니다. 당신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어느 쪽을 더 닮았다고 생각하시나요? 

2) 싯다르타가 상인을 찾아가, 당당한 자세로 배움을 청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깊습니다. 실제 여러분이 싯다르타의 입장에 있었다면 그와 같은 모습으로 행동할 수 있었을까요?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깨달음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책 : 법보단경 (깨달음을 중시하는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책인데, 정말 재밌습니다. 조금 두껍긴 한데 추천해서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책 : 우파니샤드 (책 초반의 싯다르타가 읽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지대넓얕의 채사장이 좋아하는 책으로도 유명하죠. 일종의 경전이라 약간 기도문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여행 갈 때 비행기에서 강제로라도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기도 합니다.) 

5. 3줄 요약 
- 내 삶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 
- 삶 전체를 통해서 여러 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많이 경험해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