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4. 3. 23:46


저자 : 에티엔 드 라 보에시 / 옮긴이 : 심영길, 목수정
출판사 : 생각정원 Thinking Garden
초판 1쇄 인쇄일 : 2015년 1월 27일 

1. 독재와 자유
역자의 말을 빌려, '자발적 복종'이라는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은 1548년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있던 프랑스는 절대왕정의 시기였습니다. 당시 프랑스 절대왕정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국왕 앙리 2세의 총애를 받은 저자 라 보에시는 재판관이자 왕정의 충실한 신하로 인정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쓴 '자발적 복종'이라는 책은 마치 2017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식인이 쓴 글들보다도 더 생생하게 우리의 현실을 조망합니다.

라 보에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율리시스가 한 말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직 한 사람의 군주, 한 사람의 왕으로 족하다."

그는 이 문구가 갖고 있는 상황적 배경을 설명해줍니다. '왕'에 대해서 긍정하는 율리시스를 상황적으로는 이해하면서도 율리시스가 내놓은 해결책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불행한 일이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그는 군주제가 갖고 있는 속성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단 한 사람의 절대 권력이 탄생되었을 때, 어떠한 사회적 문제가 생기는지. 그로 인해서 단 한명의 자유인을 제외한 나머지 99.99% 이상의 사람들이 얼마나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지. 인간이 갖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제한될 수 있는지. 라 보에시가 살고 있던 시기가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왕권이 강했던 시기라는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그리고 라 보에시 스스로도 절대 왕정 하에서 충실한 신하로서 살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그가 갖고 있던 생각은 얼마나 위험하면서도 위대한 것이었을까요. 

인간에게 예속될 운명을 부여받은 짐승들조차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항의하면서 예속된다. 그런데 진정으로 자유롭게 살도록 태어난 유일한 존재인 인간의 본성을 이토록 변질시키고, 그 본질적인 존재 양식에 대한 기억을 지우며, 본질적 존재로 돌아가려는 욕구마저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 재앙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2. 3가지 독재자의 유형 
라 보에시는 독재자들에 대한 3가지 유형을 선보입니다. 

1) 전쟁으로 나라를 얻은 독재자. 
2) 국민의 선출로 국가를 맡게 된 군주 
3) 세습된 독재자 

2017년을 살아가는 한국 시민으로서 우리는 이 3가지 유형 중 2번에 대해서는 정당한 민주 리더로 인정합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1번과 3번의 냄새가 묻어나는 더러운 이야기들이 함께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더러움을 제치고 민주 사회 속에서 우리가 뽑은 리더를 선출하고자 욕망합니다. 

하지만 라 보에시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국민의 선출로 국가를 맡게 된 군주조차도 자신의 지위를 알게 되었을 때 그 권력을 남용하고 그것을 사유화 하려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3. 자발적 복종의 이유 
라 보에시는 2가지 측면에서 자발적 복종이 일어나는 원인을 분석합니다. 첫 번째로 시민들 스스로 취하는 복종입니다. 물론 라 보에시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시민들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스스로가 배우게 되는 것들, 양육 방식과 습관에 의해서 복종에 길들여 진다는 것입니다.   

관습은 매사 우리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특히 복종의 의무를 알게 하는 데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한다. 

관습과 함께 지적하는 것은 순간적인 기쁨과 재물에 대한 욕망입니다. 권력에 복종하는 아첨꾼들은 독재자들이 자신을 이용하고, 단물을 빼낸 후에 과감히 버릴 것에 대해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독재에 복종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복종의 과정들은 비단 과거의 군주제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회사를 다니거나, 어떤 단체에 속해 있을 때 너무나도 흔하게 벌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과정 속에 속하다 보면, 그것이 권력에 대한 복종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난 그저 열심히 살고 있는 것 뿐이야.'라고 이야기 하게 됩니다. 

독재군주는 자신의 눈에 들고자 애쓰며 호감을 구걸하는 아첨꾼들을 항상 본다. 이런 자들은 독재군주가 말하는 대로만 해서는 안 된다. 그가 원하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군주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의 생각을 미리 알아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에게 복종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의 환심을 사야 한다.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학대해가며, 심지어는 목숨까지 내놓고 군주의 일을 위해 자신을 던져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폭군들 혹은 독재자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그리고 전체 사회 생리적으로 어떤 부분들을 조종하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과거 한국 사회에서 행해졌던 스포츠 부흥, 문화 부흥, 오락에 대한 투자들이 독재 정권 하에서 더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떤 독재자도 자신이 지배하는 백성들을 유약하게 만들 계략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전제군주들이 물밑에서 백성들을 어리석고 나약하게 만들기 위한 술수를 모색했고, 다양한 방법들을 실행으로 옮겼다. 

3.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살면서 내 스스로가 자유로운 위치로 남기보다는 자발적으로 누군가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그에게 복종하려고 했던 경험이 있나요? (부모 자식 관계나, 결혼을 제외하고...)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책 :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 
- 책 :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5. 3줄 요약
-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읽히는 자유 민주주의를 역설하는 책 
- 독재자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 
- 시민을 위한 책.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