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4. 2. 23:00


저자 : 조현설 
출판사 : (주)살림출판사
초판 1쇄 발행 : 2003년 8월 15일 

1. 문신의 역사 
군대에 있을 때, 함께 부대에 들어갔던 동기 중 한 명이 문신을 했었습니다. 그 친구 목에서부터 왼쪽 어깨 끝까지 봉황이 하나 그려져 있었습니다. 인상 깊은 문신이었습니다. 목욕탕에서 어쩌다 마주치게 되는 등판을 가득 채운 문신과는 다르게, 어딘지 모르게 몸에 걸치고 있는 패션 같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 친구와 함께 생활하면서 문신을 자주 보게 되기 전까지는 그다지 문신을 자주 관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인지, 문신에 대한 제 이미지는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처럼 부정적인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혐오스럽다거나, 미개하다거나, 혹은 부모님께 받은 몸을 함부로 쓴다거나 하는 유교적인 심상들도 조금 들어 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기도 합니다. 분명 문신이라는 것도 잘 몸에 그려두면 '멋지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에 대해서 미개하다거나,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 책에서는 문신의 전반적인 역사를 훑어봄을 통해서 이런 생각들이 나오게 되는 역사적인 이유와 통계학적인 이유들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책을 보며 새로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문신이라는 것이 굉장히 오래된 습속이라고 합니다. 기원전 3,300년경 알프스산에서 발견된 문신이 최초의 기록이라고 하니 인류 역사에서는 이미 5천 년 전에 문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됩니다. 이집트, 스키타이, 인디언, 마오리족,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 일본, 베트남, 심지어 한반도 삼한 지역에서도 문신의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런 문신이 발달했던 부족에서는 유행처럼 몇 명만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부족민들이 다 함께 문신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2. 역사적으로 왜 인간은 문신을 했을까? 
이 책에서는 과거의 사람들이, 그리고 현재의 사람들이 왜 문신을 했었는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파고 들어 갑니다. 책에서 정리해준 과거 부족민들이 문신을 했던 이유는 크게 6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치료의 목적으로 문신을 하면 병과 고통이 낫는다는 믿음으로 했던 주술적 목적의 문신. 둘째, 같은 부족임을 알리기 위한 종족 표지 기능으로서의 문신. 셋째, 신분의 높낮이를 나타내기 위한 문신. 넷째, 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심미적 기능으로서의 문신. 다섯째, 전란 등을 통해 가족이 헤어지는 경우 다시 알아볼 수 있도록 새기는 문신. 여섯째, 복수를 다짐하거나 혹은 연인끼리 사랑을 다짐하면서 적는 서약의 문신. 

사실 이렇게 여러 가지 목적으로 문신이 사용되었던 이유는 문신이 갖고 있는 '영구적 속성'에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입니다. 문신이라는 것은 한 번 새기면 다시 지우기 힘든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주술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강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문신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인 공포를 이겨냄을 통해 문신을 끝낸 구성원들이 일정한 통과 의례를 거쳤다는 부분들에도 주목합니다. 이러한 통과 의례적 속성들에 대해서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가 아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이른바 원시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여전히 아프리카 등지에 남아 있는 기이한 패션들, 즉 코를 꿰는 것, 귀를 쳐지게 늘이는 것, 아랫입술을 둥근 진흙 원반을 넣어 기형적으로 늘이는 것 또는 고리를 끼워 목을 늘이는 것 등등. 이런 행위들은 문신과 마찬가지로 넓은 의미에서 복식문화의 한 표현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왜 그런 고통스러운 신체변형술이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강행되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욕망의 간접화다. 문신이 습속인 사회에서 문신은 한 사회의 지배질서가 신체 위에 실현되는 방식인 것이다. 

3. 문신 없는 시대에 살면서 
요즘 사회에는 문신이 흔치 않습니다. 제 군대 동기처럼 미적인 목적으로 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문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다지 탐탁치 않지요.

이 책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문신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었던 역사적인 맥락들도 짚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유럽, 중국, 일본을 사례로 두어서 그 맥락들을 살펴 보고 있는데요. 인류가 점점 부족국가에서 중앙집권 국가로 발전하면서 문명이 발달하면서 이런 중앙집권 국가 근처에 있는 부족국가를 구분하는 과정에서 문신에 대한 악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입니다. 과거 대부분의 원주민, 부족민들은 문신을 했었고, 발달한 문명 국가에서는 이런 부족민들과 구분해서 자신들이 우월함을 드러내려고 하다보니 문신을 점점 좋지 않은 것으로 묶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실제로 많은 고대, 중세 국가들에서 문신은 범죄자를 위한 형벌 중 하나로 사용되었던 흔적이 있다고 합니다. (유럽,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까지도요.) 

물론 18~19세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문신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왜 갑자기 이 시기에 문신이 퍼지기 시작했을까요? 책에서는 그 이유를 거의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세 사회를 속박하던 기독교 문화, 혹은 과거의 습속들이 대대적으로 부정하는 시대가 되기 시작하면서 '금기'로 속해 있던 문신도 '금기가 아닌 것'에 속할 수 있게 점차 의식이 변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튼 우리는 금지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신을 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몇 가지 흥미로운 문단이 있어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신의 위치나 형태, 크기 등은 집단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을 통해 한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부여하는 원리는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문신한 사회는 문신을 통해 개인의 위치, 다시 말해 개인의 정체가 거울처럼 드러나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문신 습속과 같은 정체화의 장치가 없는 익명화된 현대사회의 개인들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 위해 특정한 종류의 명품 브랜드를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문신 없는 시대의 문신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문신 사회에서 문신이 지닌 이런 의미는 문신이 대부분 청소년기에 이뤄진다는 사실과도 의미론적 연관이 있다. 문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외국의 사례나 우리의 경우나 문신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이뤄진다. 이는 문신 사회에서 문신이 이뤄지는 나이와 대체로 같지만 그 동기는 아주 다르다. 미용 문신이나 범죄조직원임을 표시하는 문신의 경우를 제외하면 이들의 문신은 대부분 삶의 불안감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중략) 이것은 청소년기가 심리적 불안의 시기이면서 그 불안을 넘어 한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구성해가는 시기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4.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문신을 했거나, 혹은 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왜 문신을 하려고 생각했었나요?  

2) 문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나요, 아니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나요?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5.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1) 동영상 - 유튜브 : 문신한 사람들 https://www.youtube.com/watch?v=UFB4Oz70guk
(실제 책으로만 생각해보는 것보다 실제 문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동영상을 보는게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6. 3줄 요약
-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책 
- 불안했던 청소년기를 지나, 사회의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적인 성격을 지닌 문신.
- 그런데 이런 '통과의례적인 성격'이 현대의 문신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물론 그런 설명에 얽히는 것을 타투이스트들이 공감하지는 못할 것 같긴 합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