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3. 12. 23:20

저자: 채사장
출판사 : (주)웨일북
초판 1쇄 발행 : 2016년 12월 10일 

1. 책에 대한 느낌 
평소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를 즐겨 듣고 있습니다. ‘지대넓얕’이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제목의 줄임말인데요. 철학, 과학, 인문,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4명의 패널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팟캐스트를 처음 조직한 사람이 채사장인데요. 아직 30대 초중반인 패널들이 나와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20대의 시간들을 정말 치열하게 보냈구나.’ 혹은 ‘이 방송하려면 왠만큼 준비하지 않으면 하기 힘들 텐데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들어보지 않았다면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채사장은 해당 팟캐스트를 이끌어 오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까지 4권의 책을 저술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열한 계단’이라는 책은 채사장이 펴낸 4번 째 가장 최신의 책입니다. 이전의 책들이 일반적인 지식 개론서의 형태를 띄고 있다면, 이 책은 다소 다른 양식으로 자신을 불편하게 해준 여러 ‘책’들에 대한 이야기로 일종의 자서전 같은 양식을 띄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들이 그다지 낯설거나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양식의 책들은 일단 재밌기도 재밌을 뿐 아니라, 새로운 독서를 하기 위한 지침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독서를 쉬었던 상황에서는 매우 도움이 됩니다. (비슷한 유형의 책들은 아래에서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나왔던 대부분의 책들은 팟캐스트에서 여러 번 언급되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에는 관심에도 갖지 않던 니체의 책도 읽었고, 죄와 벌도 읽어보고 있습니다. 우파니샤드는 이미 10년 전에 사서 대충 읽어보고 책장 한 군데에서 꽂혀있긴 합니다만,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보아야겠지요. 

책 자체는 굉장히 쉽게 쓰여졌습니다. 그래서 읽기는 참 편한데, 뭔지 모르게 얄팍하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런 느낌은 채사장의 책들의 특징인데요. (그가 쓴 4권의 책은 모두 읽어보긴 했습니다만) 이번 책에서는 그런 얄팍한 느낌이 꽤 줄어든 편입니다. 

솔직히 이 책에서 언급된 몇 권의 책들을 다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이 전혀 새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재구성했다기보다는 책을 읽고 그 책을 쉽게 요약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2. 인상 깊은 문장과 감상
불편함은 설렌다. 어떤 책 속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방금 새로운 대륙에 도착했다는 존재론적 신호다. 이제 기존의 세계는 해체될 것이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 더 높은 단계에서 나의 세계가 재구성될 것이다. 하나의 계단을 더 올라가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를 이야기 해주는 문장입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책을 읽어라.' 채사장이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책들이 몇 권 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광고 불변의 법칙', '법보단경' 같은 책들입니다. 기회가 되면 이 블로그에 다시 읽어본 뒤에 포스팅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니체는 근대 유럽사회를 진단한다. 그리스도교는 유럽을 병들게 했다. 노예의 도덕, 원한과 증오의 도덕이 유럽인들을 잠식하고 있다. 신에 대한 순종, 복종, 겸손, 절제라는 도덕 가치의 본질은 건강하지 않다. 이제 인간은 초라하고 수동적이며 부정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니체에게 정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초반 부 여러 장에 걸쳐서 니체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니체 개론서라는 생각도 살짝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토론을 해도 진리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역해서 사회에 돌아가면 지난 2년은 버린 시간이 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20대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하찮은 시간으로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지 말입니다. 나한테 선물해야겠다, 군 생활의 2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선물해야겠다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뭐, 구두부터 닦기 시작했습니다. 

채사장이 군대에 가서 만났던 안병장과의 에피소드는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슴뜨거운 이야기입니다. 그 전까지 열심히 말했었던 니체의 이야기들이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 다가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나의 진리를 두고, 여러 현명한 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명을 하도다. 

4.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살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책(혹은 음악, 영화, 연극 등)은 무엇이었나요? 

2) 살면서 종교를 갖거나 종교를 버리거나, 혹은 다른 종교로 옮겨갔던 경험이 있나요? 왜 그런 선택을 하였나요? 

3) 살면서 본받고 싶은 혹은 닮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5.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앞서 이야기 했던, 이 책과 유사한 구성의 책들입니다.) 
책 : 장정일의 ‘공부’ 
책 :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그 외 책을 보며 떠오른 책들입니다.)
책 : 올더스 헉슬리의 '영원의 철학' 
책 : 수전 블랙모어의 '선과 의식의 기술' 
책 :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책 : 이진우의 '니체의 인생 강의' 

6. 3줄 요약
- 쉽고 얕은 문학, 기독교, 불교, 니체, 물리학, 자본주의 개론서
- 너무 훅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서 딴지 걸고 싶은 부분도 많긴 합니다만, 그래도 좋습니다. 
- 안병장 이야기, 메르세데스 소사 이야기는 많이 특별했습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