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4. 29. 23:42
외국에 나가면 꼭 들르는 어떤 장소가 있으신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레코드를 판매하는 가게에 다닌다고 한다. 외국에서만 찾을 수 있는 희귀한 레코드를 찾으면서 여행 중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고 한다. 불과 몇 일 여행하는 사이에도 매일 같이 레코드 가게를 들러서 한참을 시간을 보내다보니, 레코드 가게 주인과 친해져서 숨겨진 음반들을 보여주는 사이가 될 정도. 

나 같은 경우엔 좀 흔한 것일지 몰라도, 슈퍼마켓에 꼭 들른다. 와인과 맥주 코너. 한국에는 워낙 이런 주류 코너가 한정적이고 종류가 많지 않아서 선택의 폭도 좁고 구경하는 맛도 떨어지는데, 유럽 같은 경우엔 워낙 많은 종류가 있고 한국에도 수입되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단순히 병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붙을 정도. 

물론 막상 그렇게 들러서 술을 사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돈도 아깝고, 그렇게 산 술을 마시기도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구경만 하다가 나오곤 한다. 술은 사지 않아도, 내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식으로 그런 술들을 소비할까에 대해서 상상하고 나오는 정도다. 술이 종류가 많다는 의미는 그 만큼 여러 사연과 상황에 따라 다른 술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의미일테니. 그런 걸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나와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려볼 수 있어서 즐겁다. 

사실 레코드 같은 경우엔 수집하기에도 적당하고 그 형태도 고상해서 남들보기에 부끄럽지 않은데, 술병을 구경하는 건 딱히 수집하기도 애매하고 그 형태가 우스꽝스러워서 어디가서 자랑할 껀덕지는 못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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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