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9. 1. 23:27

저자 : 엘리자 수아 뒤사팽 / 옮긴이 : 이상해 
출판사 : 북레시피
초판 1쇄 발행 : 2016년 11월 30일 

1. 작가의 프랑스와 한국 사이에 정체성 찾기?
소설을 옮긴 이상해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책을 읽기 전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해 보인다. 오독 혹은 작가가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읽을 확률이 너무나 높은 책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가까스로 끝까지 읽었으나,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째, 속초가 지나치게 어두운 시골로 묘사된다. 둘째, 주인공이 프랑스 남자 케랑에게 너무나 쉽게 빠져든다. 서양 남자에 대한 근거없는 환상처럼 해석된다. 주인공의 원래 남자친구였던 한국인 준오가 '몸'에만 관심을 가진 가벼운 남자로 묘사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서양남자와 동양남자 간의 미묘한 비교 구도가 그려지는데, 상당히 거슬린다. 셋째, 틈만 나면 성형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다. 서양에서 한국을 성형대국이라 취급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소설에 차용한 것 같다. 넷째, 실제 한국인과 달리 북한과의 국경 대립을 두고 우울하게 묘사한다. 한국인의 시선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서양인의 시선이다. 

이 때문에 옮긴이인 이상해 씨가 밝힌 몇 가지 사실은 아래와 같다. 
1) 저자는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프랑스와 취리히를 오가며 성장한다. 그녀는 프랑스와 한국이 조화로운 결합이라 여겼으나, 13살 때 한국으로 긴 여행을 하면서 이런 환상이 깨지게 된다. 
2)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은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한 소설이다. 즉, '내가 만일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면?'이라는 상상 하에 시작된 소설이다. 
3) 소설 속 주인공인 프랑스인 '케랑'은 저자의 아버지인 프랑스인을 상징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노르망디 출신이다. 
4) 저자는 이방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소설 속에서 그리고자 했다. 

이런 전제가 깔려있던 탓인지 소설 속의 몇몇 대목들은 대놓고 이런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어떤 대목들은 미묘하게 주인공이 등장해서 주제 의식을 던지고 떠난다. 아래와 같은 대목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프랑스 사람이군요."
"노르망디 사람."
내가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곳을 아시오?" 그가 물었다.
"모파상을 읽었거든요......"
그가 내 쪽으로 돌아보았다. 
"모파상의 노르망디는 어땠소?"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름답고...... 약간은 슬펐어요."
"나의 노르망디는 더는 모파상 시절의 노르망디가 아니에요."
"그렇겠죠. 하지만 그곳은 속초와 같아요." 

혹은 주인공이 아닌 케랑의 목소리를 빌려서, 저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느껴지는 대목도 있었다. 

"언제나 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가요. 그러다가 결국 스스로 이야기를 하죠...... 그러면 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상상해요.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해도 저절로 그려지는 진행 중의 이야기, 난 그걸 끝내야만 하죠. 그리고 마침내 새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면, 이 모든게 다시 시작해요......" 

주제의식은 둘째치고라도, 읽기 참 힘들었다. 특수한 경우에서일지, 내게는 참 익숙한 속초라는 동네가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2. '속초에서의 겨울 ' 3줄 평 
- 한국에 대한 이해나 묘사는 매우 불만족스럽다. 전형적인 오해가 눈에 거슬린다. 
- 한국인과 프랑스인 사이에 태어난 저자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자전적 소설 
- 이 짧은 소설을 무려 1주일에 걸쳐 읽었다. 글은 쉬운데 무척 읽기 힘든 소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