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8. 2. 23:40

저자 : 이정원
출판사 : (주)웅진씽크빅 
초판 1쇄 발행 : 2010년 11월 1일 

1. 고전 소설 다시 읽기
학창 시절에 정말 많은 우리 고전소설을 읽었다. 심청전, 홍길동전, 장끼전, 토끼전, 양반전 등등. 머리가 어느 정도 컸다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시절에도 문학이란 이름으로 이런 책들을 읽고 공부했다. 수능 언어영역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 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전 읽는데에 소모했던가?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것이 내게 시험 이상으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런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 문제집 해설지가 말해주는 ‘책의 주제’가 아니라, 내가 진실로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읽으면서 느꼈던 나만의 감상은 무엇이었을까. 

그 때도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상 같은 것이 있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그것이 ‘권선징악’이라던가 ‘충효’의 개념을 벗어나는 정도는 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건 단지 정답을 찾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내가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에서 어떤 비판적 시선 혹은 수용적 시선으로 소설을 보지 못했다.

고전소설의 주제가 ‘권선징악’이라니 얼마나 폭력적인가? 그 논리를 따르자면, 기껏 아비의 눈을 뜨게 하려고 열여섯 살짜리 소녀가 몸을 던지는 것이 ‘선’이란 것이다. 고전소설에서 도덕에 대한 이해는 그토록 얄팍하단 말인가? <심청전>이 마음에 안 든다면 <춘향전>을 보라. 사랑을 위해 정조를 지키는 여성을 구원하는 것이 결국은 ‘암행어사’라는 판타지엿다니, 허무맹랑하지 않은가? 춘향의 사랑이라는  게 ‘구원의 대상’일 뿐이며 그것의 궁극적인 근거 또한 ‘정조’라는 봉건적인 규범에 있다면 <춘향전>은 정말 밥맛없는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을 범하다’는 기존에 우리가 정답 해설지에서 얄팍하게 알고 있던 어떤 정답 같은 해석을 깨트린다. 너무나 당연하게 바라보던 소설 심청전이나 춘향전을 깨트리고, 그 소설이 쓰여지기까지의 현실과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살고 있던 조선 시대의 현실을 파헤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롭게 고전의 의미를 찾는다.

우리의 현실에서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고전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도서관에 꽂힌 그 많은 책들은 그냥 ‘옛날’ 소설일 뿐이다. 적어도 나에게 그것이 고전이 되려면 <홍길동전>에서, <김원전>에서, <장화홍련전>에서 내가 미처 몰랐거나 지금 느끼고 있는 차별의 아픔, 성숙의 황홀함, 이기적인 환상들을 다시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 책은 13종의 고전 소설을 파헤치며, 그러한 우리만의 우리 고전이 영국의 셰익스피어 소설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어떤 현대적인 가치를 갖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 책에서 파헤쳐진 그런 고전들의 현대적 의미는 어떤 면에선 너무나 포스트모던적이어서 예상을 뛰어넘는 매력을 부여한다. 

‘전을 범하다’를 다 읽은 후, 고전이라던가 짧은 설화나 우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은 바뀐 것 같다. 내가 지루하다고 느끼거나 뻔하다고 느끼던 것이, 약간의 방향을 틀었을 뿐인데도 혹은 약간의 보충설명을 들었을 뿐인데도 크게 탈바꿈해버렸다. 

2. ‘전을 범하다' 3줄 평 
- 교과서에서 배운 이후 다시 보지 않던 우리 고전을 다시 읽고 생각해볼 수 있다. 
- 학창시절엔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의식을 파헤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 내가 만일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아이가 있다면, 꼭 읽도록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