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6. 20. 23:30

저자 : 이동진
출판사 : 예담 
초판 1쇄 발행 : 2017년 6월 15일 
전자책 발행 : 2017년 6월 16일 

1. 애독가를 위한 응원 
나 자신이 생각해봐도 난 그다지 독서광은 아닌 것 같다. 블로그를 하면서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어봐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얇은 책들을 모아 읽고 있을 뿐이다. 

지금도 독서광이라고 하면 난 중학교 때 만났던 친구를 떠올린다. 그 녀석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 하루 한 권의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시절 내가 읽던 만화나 동화책도 아니었다. 쉽게 도전하기도 어려운 태백산맥이라던가, 이문열 삼국지, 플라톤 국가 같은 책을 끼고 사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을 기억하는 나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같이 체육 수업을 받으러 갔을 때였다. 다리를 다친 그 녀석이 두꺼운 책을 한 권 들고 오더니만 체육관 한구석에서 그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었다. 1시간이 채 안 되는 수업시간이 끝나고 났을 때 그 엄청난 책을 반 이상 독파한 모습을 보며, 와, 나도 저렇게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독서광은 내 학창 시절에 두세 명 정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같이 책을 끼고 살았고, 정말 많은 책을 읽는 애들이었다. 독서가 공부에 도움이 되었는지 다들 대학도 잘 갔다. 그런 걸 보면서 공부에 가장 중요한 건 독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책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정말 늦은 편이었다. 중3이 끝날 무렵 해리포터를 처음 읽으면서, 책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 흥미가 한창 불타오를 즈음에 고등학교 3년간 수능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책을 버려야 했다. 주말이면 종종 책을 사서 읽곤 했지만, 당시엔 유혹 거리가 참 많아서 책 한 권 읽는 데 몇 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겨우 도서관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1학년 때부터 쓰면 뱉고, 달면 마시는 형태로 참 많이 읽었다. 완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1년에 못해도 200권 넘는 책들을 읽으려고 '시도'해봤었다. 이 중에서 완독한 책은 아마 100권이 채 안 될까 싶다. 

지금도 이런 독서 버릇이 남아 있는 편이라, 100권을 읽으려면 못해도 책을 200권을 사야 했고, 200권을 읽으려면 400권을 사야 했다. 이런 내 버릇이 참 나쁜 게 아닌가 내심 가슴 한편이 불편했는데, 이동진 작가도 나랑 같은 습관이 있다고 한다. 자신도 1만 7천 권이 넘는 엄청난 장서들을 모아두고 그중에 끝까지 읽은 책은 몇 안 된다더라. 이 얘길 듣고, 아무리 잘난 사람이어도 사람은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고 기뻤다. 마침 오늘 저녁에 '알쓸신잡'이라고 tvn에서 나영석 pd가 만든 예능을 한 편 봤는데, 거기에 김영하 작가가 나오더라. 김영하 작가도 그렇단다. 책이란 건 원래 살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을 책을 고르는 거라고. 하하하. 

2. 인상 깊은 문구들
어떤 일이라는 건 어떤 단계에 가기까지 전혀 효과가 없는 듯 보여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효과가 확 드러나는 순간이 오죠. 양이 마침내 질로 전환되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그게 독서의 효능, 또는 독서의 재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독서의 재미가 바로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책 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그 재미가 한 번에, 단숨에 얻어지는 게 아니어서 더욱 의미가 있고 오래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왜 문학을 읽어야 한냐고 묻는다면 저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해요. 하나는 인간이 한 번밖에 못 살기 때문입니다. (중략)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책에서 혼란스러운 세상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겠지'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질문을 얻는 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거든요. 

3.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3줄 평 
- 평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작은 응원 같은 책 
- 얇은 책이고, 무겁지 않아서 가볍게 머리 식히며 읽기 좋은 책
- 이 책에 '속독법' 얘기가 나온다. 문유석이 쓴 '개인주의자'선언에도 '속독법' 얘기가 나오는데, 내 생각엔 이동진 작가가 쓴 글이 더 맘에 든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