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5. 28. 23:48

저자 : 조기숙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발행 : 2017년 4월 19일 
전자책 발행 : 2017년 4월 21일 

1. 집단에서 벗어나 개인으로, 물질에서 벗어나 가치로. 
난 '집단'이란 말에서 참 벗어난 삶을 살았다. 정말 운좋게도 교련교육 같은 과거의 악습에서 벗어난 상태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까지 선배와 후배 간 악습과도 같은 선후배 교육을 경험한 적도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졸업하고 한참 뒤 대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같은 학교 출신 선배 역시 고작 1년밖에 차이가 안나는 사람이었지만 술자리에서 말이 나오고서야 서로가 같은 동네 사람인 걸 알았다. 내가 아는 어떤 형은 국민학교 시절부터 선후배 간에 서로 알고 지내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 얘길 듣고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할까. 선후배란 건 그냥 나이 차이 아니었나?

집단과 권위라는 게 무엇인지 경험한 건 군대가 처음이었다. 1달 먼저 군대에 온 선임은 하늘 같은 존재였고,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었으며, 명령 체계에는 복종해야했다.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버지에게 전해들었던 군대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군대 선임은 다소 과한 듯 싶어도 각자의 군 생활을 어느 정도 놓아준다는게 있었다. 나의 아버지 군번이 한창 권력을 잡고 있을 때는 매일 저녁 관물대를 몇 번이나 다시 청소하고, 또 군화를 닦고 또 닦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전역한 이후 그들 아래 군번의 사람들은 그런 권위가 별 의미가 없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혹자들은 군대에서 군기가 빠졌다고 얘기했지만, 사람들은 하나의 집단에 속하기보단 군인이라는 개인으로서의 삶을 수행하는 것에 집중하길 바랐다. 그래서 군대가 우리 시대에 그리도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느낌인데, 나와 10살 정도 차이가 나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다. 나보다 10살 많은 사람들은 나보다 더 집단과의 화합을 중시하는 느낌이 든다. 반대로 나보다 10살 어린 친구들은 개인의 가치와 개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느낌이고, 사람마다 각자 차이가 있는지라 완벽히 같이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꽤 차이가 난다는 게 분명하다. 

돈.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꽤 오랫동안 셋방살이를 했었다. 초등학교 때 2주 내내 같은 옷을 입고 가서 애들에게 놀림받은 경험을 할 지언정, 밥을 굶은 적은 없었다. 아버지가 동네에서 꽤 이름있는 갈빗집을 하는 고깃집 아들과 난 친구였는데, 그 친구 덕분에 학교 앞 슈퍼에서 군것질거리를 얻어먹는 건 어려울 게 없었다. 애들과 총싸움을 할 때 어머니께 감히 총을 사달라고 땡깡부릴 수는 없어서 난처한 적은 있었지만, 어차피 아랫층에 사는 친구가 쓰고 남은 총을 얻어서 함께 놀면 되었다. 중학교 시절 내 꿈은 화가였다. 고 1 때는 소설가를 꿈꾸었다. 고2, 고3 땐 NGO로 활동하며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 진짜 가난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사람을 돕고 싶었다. 그래서 난 영어를 전공하기로 마음 먹었다. (막상 대학생이 된 이후, 이런 내 생각은 흐지부지 되었지만.) 

내가 겪어왔던 시간들은 나 자신만의 것이다. 특수하다. 하지만 이걸 내 세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서 보았을 때는 참 일반적이 된다. 조기숙 교수가 정리한 '왕따의 정치학'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명쾌하게 정리된다. 


내가 신좌파에 속하는 새로운 세대라는 건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신좌파'란 용어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닐 것이다. 프랑스 68혁명 때부터 쓰였던 용어란 걸 보면 탄생한지 이미 40년이 지난 오래된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 정치에서, 우리 한국 사회에서 명쾌하게 정리된 건 처음 알게 되었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 매일 신문을 봤다고 자부하는데, 좌파, 우파, 중도라는 용어를 쓰는 건 봤어도 이처럼 신좌파를 새로이 구분하는 건 신선하게 새로운 접근이다. 

과연 이 내용이 맞긴 한 걸까. 노무현과 문재인이라는 각각의 인물이 진실로 신좌파에 부합하는 인물이 맞긴한 걸까. 이 프레임으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 받게 되는 건 아닐까. 과연 이런 이론으로 현실을 보는 게 정확한 판단일까. 여러 고민이 생기지만, 그래도 이런 논리가 기존에 중도니, 중도좌파니 우파니 무조건 일직선으로 나눴던 것보다는 훨씬 마음에 와닿는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8살이던 그 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가 겪어왔던 삶과 내 가치관을 하나로 정리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 '왕따의 정치학 ' 3줄 평 
- 현재를 살아가는 20~30대의 가치관과 정치관을 명쾌하게 조명하는 책 
-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무엇이며, 왜 그런 가치관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한다. 
- 정치란 것이 참 나와 멀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