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8. 22. 22:36

저자 : 황두진
출판사 : (주)메디치미디어
초판 1쇄 발행 : 2015년 12월 25일 

1. 유럽의 건축물들은 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가? 
얼마 전에 EBS 다큐멘터리 '아파트 중독'을 보았다. 대한민국 주거 건축물 중 3/4을 차지할 정도로 아파트는 우리 시대의 압도적인 현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금 난 빌라에 살고 있지만,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 아파트에서 보냈다. 몇 년 후 내가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될 곳도 아파트일 가능성이 무엇보다 높다. '아파트 중독'이라는 다큐멘터리 2부에서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주거 공간을 소개한다. 500년이 지난 오래된 건축물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해당 건물은 재건축의 유혹이나 필요를 거치지 않고 넘어갔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단지 한국에 있는 아파트들이 대부분 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 만들어진 것임에 반해, 유럽의 아파트들은 몇 백 년 전에 지어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 경우엔 유럽에 살아봤기 때문에, 단순히 오래되고 전통이 있는 건물이라 해서 보존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문제점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은 내부를 새로 고치기도 어려울 뿐더러 전기, 수도 시설 등의 기초적인 부분도 허술해서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건축물들은 오래도록 부수지 않고 남아 있다. 유럽 여행을 하며 여전히 예전에 지은 건물이 남아있는 걸 본 우리들은 '역시 여긴 역사 의식이 훌륭해서 이렇게 남겨뒀네.'라고 쉽게 말한다. 

'무지개떡 건축'에선 저자가 자신의 건축에서의 이상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왜 유럽의 건축물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아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이 부분이 매우 설득력 있고 흥미롭다. 그 전까지 단순히 '역사 의식'이라는 얄팍한 수단으로만 설명하던 것이 한층 더 깊이를 갖게 된 느낌이랄까. 

이왕 유럽 도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유럽에 가면 수백 년 된 건물이 즐비하고 대부분의 건물을 아직도 잘 쓰고 있다는 말을 종종 한다. 이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유럽에 오래된 건물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시를 구성하는 대다수 건물의 건립 연대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지 않다. 의외로 19세기 이후, 즉 본격적인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시대에 건립된 건물이 많다. 200년이 채 안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리드 패턴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에이샴플라 지구는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건립되었다. 
신 대륙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식민지에서 들어온 막대한 부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보고 있는 유럽 도시의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소박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건물의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라 밀도와 유형이다. 유럽 도시를 생각할 때 가장 놀라운 것은 자동차의 시대가 오기 이전에 이미 평균 용적률 200퍼센트가 넘는 상대적 고밀도 도시를 만들어놓았다는 사실이다. 그 길도가 현재적 기준으로 봐도 절대 낮지 않기 때문에 우리처럼 온 도시를 갈아엎어가며 계속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배경을 무시하고 '역사적 건물에 대한 애정'이라는 측면으로 유럽 도시들의 보존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다.' 

2. 이상적인 집은 어떤 곳이어야 할까? 
내가 이해하기론, 이 책에서 소개하는 무지개떡 건축은 '주상복합 건물'의 완성형이다. 홍대라던가 이태원 같은 곳에 가서, 혹은 뉴욕의 어떤 멋진 거리들을 걸으면서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건물들이 정확히 이 책에서 설명하는 무지개떡 건축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런 건축물들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내가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렴풋이 본능적으로 느끼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명확하게 언어로서 표현할 수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명확히 언어화되었다. 마치 이게 내 원래 생각이었다는 양 체화되었는데, 당연히 이런 생각을 내가 말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진짜 무지개떡처럼 무늬만 무지개라면 건물의 외벽에 층마다 다른 마감재를 쓰거나 다른 색상을 바른다는 정도의 의미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무지개떡 건축은 아예 층별로 용도가 다른 것을 의미하므로, 원래 무지개떡보다 의미가 좀 더 심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무지개떡 건축은 진짜 무지개떡과 다르다. 비유해서 말하면 '층별로 맛이 다르다.'
(중략)
일반적인 주상복합, 혹은 상가주택과 차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여기서 무지개떡 건축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무지개떡 건축은 저층부, 중층부, 상층부 이렇게 최소 3단계로 구성되는, 주거와 기타 기능의 복합건축을 의미한다. 각 단계의 층수에 따라 저층이 될 수도 있고 중층, 혹은 고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높거나 낮아도 3단계 구성이 아니거나 주거 기능이 빠져 있으면 적어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무지개떡 건축의 정의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무지개떡 건축의 예시로 들고 있는 건물 사례 


(그나저나 이 책은 표지가 참 별로다. 실제 내용은 표지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훌륭하다.)

3. '무지개떡 건축' 3줄 평 
- 이 책을 읽고 나니, 유럽의 건축물이 매력적인 이유를 알게 되었다. 
- 집, 그리고 건물이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본 요소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는 느낌. 
- 아파트, 단독 주택을 벗어나 어떤 공간에 살아야 하는 지 단초를 제공한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