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6. 29. 23:41



저자 : 장 자크 루소 / 편역 : 이환
출판사 : 돋을새김 
전자책 발행 : 2015년 8월 10일 

1.  에밀을 읽고 
에밀엔 몇 가지 거르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 책이 유아기부터 성년기까지 5단계로 교육의 단계를 나누는데, 이 중 4, 5단계를 담당하는 청년기와 성년기는 특히 거르고 싶다. 이 내용이 당시에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시대적인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은 긍정할 수도 없다. 1단계 유아기에 나오는 ‘유모’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귀족 아이’에 대한 부분은 알아서 걸러야 하지만 말이다. 여기에 더해서 직업교육, 성교육, 종교 등등도 모두 빼놓고 보고자 한다. 

상당히 많이 거른 것 같지만 가장 근본적인 교육관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내가 본 루소의 교육관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회환경, 인간관계 등을 모두 고려하여 이성과 자유가 곧게 서 있는 인간을 기르는 교육이 아닌가 싶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좋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이 책 ‘에밀’에 나오는 수준만큼도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떤 부분들을 읽으면서 난 나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어릴 적 어떤 순간들은 부모님께 참 억울하고 화가났던 경우가 있었다. 집에서 친구와 함께 놀다가 부모님이 기르시는 난 화병을 깨트려서 몇 시간이고 혼났던 기억이라던가. 부모님께서 내 말투를 고치겠다고 ‘~해줘’라는 말보다는 ‘~해주세요’라는 말을 쓰라고 강요했던 기억. 윤리 교육을 위해서 어릴 때부터 여러 번 쓰고 외웠던 성경공부들. 

나 자신을 두고 한 차례 실험해보고 싶다. 과연 내가 어릴 적에 루소가 잘못된 교육이라고 지적한 부분을 제대로 고쳐서 교육받았다면 난 과연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역사엔 만일이 없고, 사람의 삶은 한 번인지라, 이런 교육 실험은 결국 내 자식대에서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2. 인상깊은 문구 
교육은 세 가지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자연 ` 인간 ` 사물이 그것이다. 

사람에게든 사물에게든, 아이는 결코 주인이 아니다. 아이에게 지배나 복종의 관념이 깃들게 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욕구가 정당한 것이라면 분별 있게 대응하라. 원하는 것을 갖다주지 말고 그쪽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라. 그와 같은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위상에 맞는 합리적 결론에 이를 것이다. 

나는 에밀이 거칠어지기보다는 거만해지지 않을까가 더 걱정이다. 에밀이 ‘부탁합니다’라는 식으로 정중하게 명령하기보다는 ‘그렇게 해주세요’라는 식으로 거칠게 부탁하기를 바란다. 중요한 것은 에밀이 사용하고 있는 표현이 아니라 그 표현 속에 깃들어 있는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다. 

선이나 악, 인간이 지켜야 할 의무 등을 이해하는 일은 아이의 영역이 아니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 아이는 아이로서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질서이다. 이 질서를 거역하면, 우리는 설익고 맛도 없는 과일을 속성으로 재배하는 것과 같다. 아이를 꼬마 박사와 애늙은이로 만들어서 좋을 게 뭐 있겠는가? 아이는 보고 느끼는 데 그 나이에 맞는 사유 방식을 활용한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라. 그 자유를 행사하는 데 방해가 될 만한 것이나 파손될 만한 물건들이 있다면 치워놓아라. 아이의 손 닿는 곳에 비싼 물품을 두지 말라. 거울이나 도자기처럼 사치스러운 물건을 놓지 말되 투박하고 튼튼한 가구를 들여놓아라. 이러한 주의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절대 혼내지 말라. 야단치지 말라. 그것 때문에 당신의 기분이 상했다는 내색조차 하지 말라. 마치 가구가 쓰러져 저절로 파손되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라. 명심하라. 그렇게 보인 인내심만으로도 당신은 엄청난 교육을 한 것이 된다. 

강요하지 않는 한, 아이는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싶은가? 그렇다면 간단하다. 그것이 이익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기만 하면 된다. 모르면 불편하고, 불편하면 결국 손해이다. 알면 편하고, 그것은 결국 이익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이익, 그것만이 아이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성적인 것과 관련해) 질문해 왔을 때,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되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대답해주기보다는 그를 침묵하게 하는 편이 더 낫다. 회피하기가 마땅치 않다면, 그래서 대답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솔직하게 대응하라.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해서 그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느니 차라리 만족시켜라. 그편이 훨씬 덜 위험하다. 

3. ‘에밀’ 3줄 평 
- 자연적 본성에 맞는 인간, 이성과 자유를 지향하는 인간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법의 시초. 
-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의문. 이 책에 쓰여진 내용 중 과학적 방법론으로 입증된 주장은 몇 개나 될까? 
- 어떤 내용들은 아주 구시대적이다. 어떤 내용은 여전히 진보적이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