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6. 13. 23:32

저자 : 앤디 워너 / 옮긴이 : 김부민
출판사 : 푸른지식
초판 1쇄 발행 : 2017년 6월 1일 

1. 내 주변에 숨쉬는 발명품들 
고등학교 입학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놀았다. 집에서도 날 특별히 통제하는 사람이 없었고, 학교에서도 어느 정도 관심을 접어둔 상태라 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 그 당시만큼 자유로웠던 시기는 내 생애를 통틀어 완전히 없었던 것 같다. 고3 시절 수능을 마친 뒤에도 계속 논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고, 대학교를 마치고 취업을 완료한 이후로도 한창 여행을 준비하느라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된 적이 없었다. 물론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만났던 내 친구들도 나처럼 자유로웠던 건 아닌 듯 싶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고등학교 선행학습을 해야한다고 학원이나 과외를 하면서 영어와 수학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나는 철저히 게으른 편이라 문제를 완전히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그 많은 시간동안 난 주로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에 적으면 5권, 많으면 10권이 넘는 판타지를 읽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리도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낭비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당시 내가 읽었던 책들은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가장 유행했던 종류의 이야기는 현대적 개념(예를 들어, 민주주의라던가, 시민의식 같은 것?)을 가진 주인공이 구세대적 개념을 가진 주변인물들을 설득시키거나 제압하여 결국 크게 성공하는 것이었다. 

뭐, 당시엔 참 재밌게 읽었지만, 그 때에도 난 이런 생각을 했다. 

'현대에 살던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서 생활하게 된다면, 예상한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참 힘들지 않을까?'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과 욕실일 것이다. 과거엔 칫솔, 변기, 샴푸, 욕조, 면도기, 두루마리 휴지 같은 물건이 없어서 현대식 화장실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놓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현대에 살던 사람이 아무런 이론적 지식 없이 과거로 돌아가봤자 현대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100중 99는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 일이 가능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큰 돈을 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돈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물론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 혁신적이고 편리한 물건들이 많다고 해서 내가 꼭 행복한 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현대의 이기들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물건들이 참 그리울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물건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어떤 걸 보면 '뭐, 이런 것도 발명품이었나?' 싶은 물건도 있다. 맥주 캔, 이쑤시개, 주사위 같은 물건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2. '물건의 탄생' 3줄 평 
- 내 주변 일상품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볼 수 있는 일종의 '백과사전' 같은 책 
- 만화로 가볍게 즐기기엔 나쁘지 않다. 
- 하지만 각각의 물건마다 만화로 3~6페이지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깊이는 얕은 편이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