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5. 13. 23:54

저자 : 폴 칼라니티 / 옮긴이 : 이종인 
출판사 : 흐름출판
초판 1쇄 발행 : 2016년 8월 19일 

1. 죽음 속으로 
저자 폴 칼라니티는 이제 고인이 되었다. 

그는 미국에서 유망한 신경외과의로 성장했다. 힘겨운 의과대학원 생활과 레지던트 생활을 끝마쳤고 수료를 목전에 앞둔 상황에서 폐암을 선고받았다.  

저자는 비록 의사이지만, 자신의 인생계획에서 마지막 20년은 작가로 살아갈 생각이었다고 했다. 의과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영문학을 공부하던 독서광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의사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향한 심도있는 고민과 생각이 담겨있다. 

죽음을 앞두고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 글엔 어떠한 신파도 담겨 있지 않다. 눈물나는 감동 드라마를 예상했는데, 오히려 덤덤하면서도 인간의 실존에 대해 탐구한 의사의 기록이라 느껴진다. 

의사로서의 실수 혹은 의사이기 때문에 더 깊게 다가오는 관점들이 인상깊게 느껴진다. 
이런 고민이 깊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나는 실수도 했다. 한 환자를 수술실로 급히 데려갔지만 그의 뇌를 완전히 구해내지는 못했다. 그 결과 환자의 심장은 뛰었지만, 그는 이제 말을 하지 못하고 튜브를 통해 음식을 먹었다. 그가 결코 원하지 않았을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나는 이것이 환자의 사망보다 더 지독한 실패라는 생각이 들었따. 무의식 상태로 신진대사를 하는 이런 불완전한 생존 상태는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짐이 되어 대개는 시설로 보내진다. 감정적인 정리를 아직 하지 못한 가족이 환자를 찾아오는 발길은 점점 뜸해지고 환자는 결국 치명적인 욕창이나 폐렴에 걸리고 만다. 환자가 언젠가 눈을 뜨지 않겠냐며 연명치료를 고집하는 가족도 있지만, 많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기에, 아니 그렇게 될 수 없기에 신경외과의는 선고를 내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며칠 뒤, 나는 의과 대학원 동창인 로리가 교통사고를 당해 신경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심정지를 일으켰다가 회생했으나 다음날 사망했다. 나는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가 '교통사고로 죽었구나'하고 그냥 넘겨버리던 시절은 아주 오래전에 지나가버렸다. 레지던트인 내게 그런 소식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그 안에 있는 모든 음울한 이미지들을 연상시켰다. 들것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 치료실 바닥에 흐르는 피, 목에 밀어넣은 관,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장면. 내 두 손이 보인다. 내 손은 로리의 머리카락을 밀고 있다. 메스가 그녀의 두피를 절개하고, 요란한 드릴 소리와 함께 뼈가 타는 냄새가 난다. 뼛가루가 수술대 위에서 흩날리고, 내가 그녀의 두개골을 열어젖힐 때 우지끈 소리가 난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반쯤 면도되어 있고, 두부는 흉하게 변형되어 있다. 로리는 더 이상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친구와 가족에게 낯선 사람이 되어버린다. 가슴에는 관이 꽃혀 있고, 다리는 견인 치료를 받고...

2. '숨결이 바람 될 때' 3줄 평 
- 죽음을 마주하는 의사가 인문학점 관점을 가진다면 어떤 책을 쓰게 될 것인가? 
- 심지어 그 자신이 죽음을 목도한 상황이라면? 
- 문장은 아름답고, 묘사는 이성적이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