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5. 9. 23:46

저자 : 임경선
출판사 : (주)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발행 : 2017년 1월 30일 
전자책 발행 : 2017년 1월 30일 

1. 솔직함
이거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속마음을 드러내는 대신, 예의 바름을 우선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의 바름은 '방어적'이기도 하다. 그들은 인간의 선의를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그들에게 솔직한 감정이란 비틀어진 질투와 욕망, 애증, 꼬인 자의식 드의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내면의 생각이 악의적이고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다고 여기는 만큼 남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솔직하기보다는 심리적 가면을 쓰고 상처 받지 않을 정도로 관계의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자 한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거나 싫다고 하는 이야기에 쉽게 상처받고 쉽게 좋아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나 자신도 함부로 누군가를 상처주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방어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내 스스로는 전혀 의도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으로 어느정도 거리를 두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행을 다녀오면 친구들과 더 긴밀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가진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리에서일지, 그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줄여버리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나면 이 정도면 됐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다시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고자 한다. 

이런 행동들을 했을 때 나는 '이거 정말 잘못됐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인간관계에서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을 갖는 내 자신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진다. 가끔 친구들에게 나도 내가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게 참 문제라고 생각한다, 라고 얘기하면 친구들도 그걸 아냐고 놀라하는 눈치이다. 

작가 임경선도 이런 '솔직함'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던 것 아니었을까? 이 수필집 전체에서 그가 쓴 문장들은 작가 자신이 갖고 있는 솔직함을 넘어서 더 솔직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편집자에 대한 취향, 동네 카페에 새로 들어온 레스토랑에 대한 감상, 옛 남자친구, 자신이 작가가 되고 자신에게 다가왔던 사람들, 직장부부, 골프하는 남편 등등 만일 내가 작가라면 쉽게 쓰지 못할 이야기들을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와, 이 사람들이 작가의 책을 읽을텐데 이렇게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적어도 되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 대해서는 쉽게 평가하면서도, 창작가가 만든 '작품'에 대해서는 쉽게 비판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거 참. 이 블로그에서 내가 맨날 하는 일이 책 읽고 어떤 점이 좋았다, 어떤 점이 별로였다 얘기하는 건데 내가 하고 있는 짓이 괜찮은 건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심지어 이 작가는 자기 글을 읽고 쓴 블로그도 찾아서 읽어보는 것 같다.  (설마 여긴 안 오시겠지.) 

이래저래 솔직하다는 게 뭔지, 이 작가가 책 제목으로 뽑은 자유롭다는 게 뭔지, 머릿속이 잔뜩 복잡해진 상태로 책을 덮었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도 오랜만이다. 

2. '자유로울 것' 3줄 평 
- 제목이 어떤 뜻일까? (시선, 솔직하지 못함, 사회적 관계, 삶에 대하여) 자유로울 것이라는 뜻 아닐까. 개인 생각. 
- 솔직하게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 
- 생각은 불편해지고, 문장은 잘 읽히는 책.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