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4. 12. 21:00

직장에 다니게 되면 필연적으로 돈을 생각하고, 돈을 고민하고, 돈을 계획할 시간이 많아진다. 재테크에 조금도 관심 없었고, 그런 것은 가장 하찮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던 대학 시절을 지나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돈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특수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삶의 기준도 조금은 바뀐다. 이 일을 통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걸까? 시간 대비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걸까? 자본 소득은 충분한가? 내 연봉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가? 돈을 위한 복지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등등.

이미 많은 돈을 갖고 있는 부자의 시선에서 나의 이런 고민들을 살펴보면 하찮다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세뱃돈을 받아서 이걸 어떻게 쓸지에 관해 100원 단위로 쪼개서 고민하는 것을 바라보며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시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의 적고 많음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돈에 얼마나 마음을 쏟으며 살아가고 있냐가 중요한 것이다.

실화에 근거했다고 하는 영화 '올 더 머니'를 보면서 계속 돈을 갖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돈이라는 것이 조금은 극단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무서운 속도로 낭비를 가져오는 것이기도 하면서도, 아끼고 모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욕심으로 이끌어들이는 것이다. 돈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돈을 탐하게 되고, 그것이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마저 붕괴시키는 것이 된다.

주식이라는 걸 공부해보고, 가치투자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알 수록 이런 투자방법이 얼마나 현명하면서도 무서운 방법인지 새삼 느낀다. 돈이라는 건 모으면 모을 수록 쓰기가 어렵다. 그것이 갖고 올 미래 가치까지 생각하게 되면 현재의 1만 원이 미래에는 100만 원의 가치를 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돈은 그 자체로서 모이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갖고 있는 복리의 속성을 생각하면 탐욕은 끝이 없고, 결국 돈을 모으는 데 온 정신이 집중되어 돈을 제대로 쓰는 법은 완전히 상실하기 쉽다.

그래서 훌륭한 부자는 단순히 돈을 잘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엔 그게 뭔 헛소리인가 싶었는데, 지금에 와선 그것이 꽤 그럴싸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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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