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8. 3. 20. 23:47
앞산 숲 머리로 암소 지나듯 느릿느릿
헬리콥터 날고 있다 

숲의 갈기를 젖혀 회오리 소란 뿌려 놓고
산등 너머 가는 헬리콥터, 
한참 만에야 진정되는 잔음 저편으로 
내가 따르던 구름 갈기갈기 찢겨져 흩어졌다

헬리콥터, 그녀의 속방이길 거부한 날부터 
한 뼘 시야를 겨우 트는 산등성이 위로 
무시로 회오리, 피어오른다

나는 그녀의 문턱에 걸터앉아 본다

- 김명인 시집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中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