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8. 2. 16. 23:00

저자: 어슐러 르 귄 / 옮긴이: 최준영, 이지연
출판사: 황금가지 (주.민음사)
초판 1쇄 발행: 2001년 11월 25일 (원작 출판: 1968년)
전자책 발행: 2013년 2월 28일 

1. 판타지소설에 대한 생각 
판타지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일반적인 소설과 판타지 소설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아마 이 질문에 대해서 SF소설가들 역시 비슷한 질문을 받을 테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판타지 소설과 SF소설은 오히려 더 정반대에 위치하는 글이다. 

내게 있어 소설은 크게 '세계를 그리는 소설'과 '타인을 그리는 소설' 2종류로 분류된다. 
그리고 다시 소설은 ‘과거를 그리는 소설’, ‘현재를 그리는 소설’, ‘미래를 그리는 소설’ 3가지로 분류된다. 

이런 방식으로 분류해서 살펴보면 소설은 크게 6종류로 가지치는데, 일반적으로 판타지소설은 세계를 그리는 소설이며, 과거를 그리는 소설의 성향을 띤다고 생각한다. (요즘 많이 출판되는 현대 판타지라는 장르는 이런 구분을 무색하게 만들지만) 과거를 그린다는 이야기는 보통 그것이 기원하는 요소에 근거했다. 과거 우리 사회에 있었던 신화라던가, 전승, 전설들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과거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타인을 그리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그건 역사소설의 형태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면 역사 속에서의 과거 세계는 이미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작가가 크게 손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으니까. 

<어스시의 마법사>를 저술한 어슐러 르 귄의 전공과 그의 생애를 살펴보아도, 그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그래서일지 <어스시의 마법사> 속 이야기는 북유럽의 신화들과 세계관이 많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가가 펼쳐나가는 주제의식 같은 것들도 어딘지 그런 향취를 많이 따왔다는 생각이 든다. 

2. 듣기 위해선 침묵해야지
<어스시의 마법사>는 세계관, 주제의 방향성, 그리고 캐릭터까지 3가지가 절묘하게 잘 얽혀있다. 주인공 ‘게드’는 존재만으로도 세계관을 함축할 뿐 아니라, 그의 성격과 행보를 통해 소설이 그려나가려는 주제의식이 완성된다. 3가지가 따로따로 놀지 않고 잘 얽혀서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소설 후반부에서 아래와 같은 문구가 나오는데, 아마 이 문구가 이 소설 내용을 요약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은 침묵 속에만

빛은 어둠 속에만

삶은 죽어감 속에만 있네. 

텅 빈 하늘을 나는 매의 찬란함이여. 


3. ‘어스시의 마법사' 3줄 평 
- 가끔 느끼는 건데, 보통 판타지 작가들은 종교철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이 딱 그런 케이스. 
- 이야기는 의미심장하고, 신화는 멋들어졌다. 
- 요즘 책과는 달리 지루한 면이 있다. 속도감은 많이 떨어지는 편.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