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9. 4. 21:00

저자 : 요네자와 호노부 / 옮긴이 : 권영주
출판사 : (주)문학동네
초판 1쇄 발행 : 2014년 1월 20일 
전자책 발행 : 2017년 8월 28일 

1. 트릭 속에 숨겨진 천재를 향한 채근
벌써 3편 째다. 고전부 시리즈.

이 책은 일본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라이트 노벨로 분류되진 않았다.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라이트 노벨류의 책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 책이 굳이 일반소설로 출판되었다는 건, 출판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뭔가 다른 점을 이 책에서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고전부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사실 탐정이라던가, 추리라던가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성장담이다. 1편과 2편, 그리고 3편으로 이어지면서, 각각의 인물들이 그저 고정된 캐릭터로 남는 게 아니라,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려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2편에서 주인공 호타로가 자기 내면 안에 숨겨진 어떤 의지라던가 혹은 주변 사람과의 유대감을 발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3편은 주인공을 둘러싼 다른 인물들의 갈등과 고통 그리고 성장담이 돋보인다. 

이번 편에선 고전부 4명의 주요 인물 중에, 전편까지는 어딘지 조연급으로 보였던 사토시와 이바라의 이야기가 주요하게 다뤄진다. 1편과 2편에서 본인은 그저 데이터베이스에 불과하고 판단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사토시가 지금까지완 달리 적극적으로 추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책 속에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바라 역시 마찬가지다. 이바라는 고전부와 함께 만화연구부에서도 활동을 한다. 이번 편에서 봤을 때 이바라는 만화에 적지 않은 열정이 있어보이는데, 이 때문에 만화에 대한 일종의 자기 철학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그 둘의 노력은 이번 편 안에서는 결국 좌절을 맞이한다. 천재의 등장. 

어릴 적에 나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해보았던 것 같다. 나도 한 때는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보고자 마음 먹었던 적이 있다. 그 때마다 내 앞에 등장했던 건 어딘지 무심한 모습을 드러내는 천재들이었다. 특별히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떤 수고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가볍게 내가 몇 날 몇 일을 고민했던 것을 가볍게 넘어선다. 그런 씁쓸했던 기억들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기억의 표면 위로 드러났다. 

뭐, 책은 꽤 깔끔하게 마무리를 맺었다. 고전부 시리즈가 3권으로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아마 분노의 리뷰를 썼을 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를 어딜 봐도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성장담에 가깝고, 그 때문에 내가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인물들이 갈 수록 성장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2. '쿠드랴프카의 차례' 3줄 평 
- 고전부 시리즈에서도 이번 편은 어딘지 '학창시절', '축제'에 집중된 듯 하다. 
- 이번 편에선 천재와 천재를 따라잡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요 타겟이 아닌가 싶다. 
- 고전부 시리즈 답게 쉽고 재밌다. 그 와중에 소소한 주제의식이 있어서 읽는 맛이 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