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4. 1. 21:00
늦게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고

내게 필요한 자유는 평소 나를 속박하는 버릇들로부터의 자유이다. 

대표적인 예로, 평일 저녁 난 늦게까지 잠들지 못한다. 하루 종일 내 자신을 위해서 쓰지 못했던 하루의 시간을 보상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감정적으로 느끼는 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마음이다. 나는 나를 관찰함을 통해서 이런 마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긴 한다. 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제어할 수가 없다. 제어하고자 하는 순간, 내 안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들린다.

'충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쏟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붕괴해버릴지도 몰라.'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실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마음이 붕괴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런 생각이 헛된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은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은 보통 다른 중대한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할 때 깨닫게 된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거나,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대대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할 때의 것들이다. 이런 경우에 나는 나 자신을 한 쪽으로 밀어붙인다. 공부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식단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린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중에 시험이(혹은 다이어트가) 끝나면 이에 대해서 나 자신에게 보상을 줘야겠다.'

신기하게도 이런 생각들은 해당 행동들이 끝나게 될 즈음이 되면 미묘하게 희석되어 버린다. 이미 공부를 하거나 운동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내 정신이 혹은 신체가 정반대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에 대해서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때문에 마음 속에서 울리는 단기적인 합리화를 믿기 어렵다. 웃기는 것은 이런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것을 이렇게 글로 적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그 순간이 되면 나는 단기적인 합리화를 믿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이런 감정은 일종의 감옥이다. 감옥에 갇힌 이성적인 생각들이 쇠창살을 뒤흔들면서 나오고 싶다고 외쳐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또 한편으로 저녁에 잠들지 않고 깨어있으면서 하루의 시간을 보상 받겠다는 생각은 주말에는 완전히 거짓말이 되곤 한다. 물론 주말에도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혹은 남들을 위해서 시간을 쏟아야만 하는 그런 어쩔 수 없는 경우들이 있기야 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있더라도 어떤 날은 완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 하루를 쏟고 있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하루가 충실 혹은 충만한 날에도 나는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날엔 잠들기 전에 (운좋게도) 하루를 되짚어 보면, 대체 하루 종일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경우들도 다반사이다. 

자는 문제와 별개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것이 어느 정도 버릇으로 자리잡는데까지는 꽤나 피곤한 며칠을 보내겠지만,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약 3일 후에 시작된다. 저녁에 늦게까지 깨어 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면, 나의 신체는 아주 솔직하게 경고음을 보낸다. 몸이 아프고, 눈이 아프고, 어떤 일을 해도 일단 대략 멍한 상태와 함께 어지럼증도 살짝 느낀다.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들어댄다. '무엇을 위해서 그런 피곤한 짓을 하냐.' '차라리 한숨 더 잔 다음에 하루를 적당하게 보내는 것이 낫다.' '아침 일찍 일어날 생각이라면, 저녁 시간의 귀중한 깨어있음을 일단 포기하라.' 같은 생각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