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3. 8. 23:12
인테리어는 말의 배경이 되어 조용히 방어 자세를 갖춘 채 주인의 설명 중 충분치 못한 표현을 보충해 준다. 
손님은 방을 빙 둘러보고 이 방의 주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친절하게 혹은 짓궂게 추리한다. 주인 역시 이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손님이 조용히 인테리어를 보고 있으면 잠시 말을 멈추고 침묵을 만들기도 한다. 
"좋은 방이네."
"싼 것들 뿐인데..."
"너다워서 귀여워."
"아, 이것 봐봐. 이 커튼 무늬 잘 보면 다람쥐가 밤을 들고 있어."
"와, 진짜네. 이 다람쥐 너랑 닮았다."
"무슨, 어머, 거긴 안 돼. 아이, 정말."
1. 무라카미 하루키, 이토이 시게사토 <꿈에서 만나요>, 세시, 1994

할 말이 없는 경우 방 안을 둘러보는 건 흔한 습관이다. 이미 같은 공간에서 1년 이상 시간을 보낸 회사 사람들의 경우엔 이런 게 의미 없는 행동이겠지만, 적어도 친구나 연인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 가면 공간이 가져다 주는 화제거리가 있다. 새로운 카페에 가면 적어도 그 카페가 사용하는 특이한 컵이라던가, 벽에 걸려 있는 동물 모양의 시계라던가, 바닥에 그려져 있는 장식 같은 것이 생각을 자극한다. 굳이 그것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그와 관련해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생각해내기 쉬워진다. 물론 최소한의 관찰력이 필요하겠지만.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그런 종류의 잡스러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냐에 따라 헛소리 잡담이 될 수도 있고 재밌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