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3. 1. 06:50
집 나가면
몸이 고생이다. 

하지만 
집을 나가지 않으면
마음이 고생이다. 

적당한 방황과
적당한 고생과
적당한 낫섦이 그리워
수시로 끙끙 앓는
마음을 가졌다. 

어쪄다 보니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1.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북라이프, 2016

미국에 1주일 간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 주 일본 출장을 다녀온 직후였다. 2주 연속으로 출장을 다니다보니 온 몸이 쑤시고 성한 곳이 없는 느낌이다. 특히 꼬리뼈가 아프다.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타면서 열 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내 모든 체중이 꼬리뼈에 실려서 통증을 유발한다. 살이 쪄서 아픈 건가 하고 이번엔 살도 잔뜩 빼봤는데도 똑같이 아프다. 오히려 엉덩이에 지방이 없어서 더 아픈 것 같기도 하다.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내 옆자리엔 70대 쯤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계셨다. 새벽 비행기 안에서 시차와 꼬리뼈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할머니를 보니 새삼 내가 느끼는 통증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어떻게 새벽 비행기를 견디시는 걸까.  

비행기를 탄다는 게 이처럼 몸을 고달프게 만드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지구 반대편에 내가 필요한 일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여행을 목적으로 나가는 것과는 비교할 깜냥이 안된다만, 그래도 해외에 나가는 건 일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좋은 자극이다. 매일 같은 장소로 출퇴근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물론 1년 중 삼분의 일을 해외에서 보내는 회사 과장님이 이 얘길 들으면 가소롭다고 생각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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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