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눈을 뜬다 착실하게악몽을 꾸었다빈 골목에 실편백나무 한 주를 꽂자골목이 편협해진다내가 협소해 눈을 떠 본다질주하고 싶어등을 떼어 내기 위해탁 트인 도로를 달리면온몸을 이실직고하는 기분이 들 거야눈을 아주 크게 뜨면 정면 대신 내 등이 보일 거야나의 등이 마치 나의 이변인 것처럼달릴수록 등은 강렬해지므로눈을 질끈 뜬다눈을 아주 크게 뜨면 무엇과도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빨리 달릴수록 나의 등이 나를 바싹 따라잡고멈추자등이 먼저 주저앉고나는 사라진다- 문보영, 시집 <책기둥> 中
시를 읽으면서, 예전에 했던 몇 가지 상상들이 생각났다. 내가 살아있다라는 느낌을 주는 건 내 몸의 어떤 부분에서 오는 걸까. 매일 머리카락이 빠지고, 각질이 떨어지며, 가끔 상처가 나면 살 덩어리도 떨어진다. 매일 몸의 어떤 부분은 죽어가고, 어떤 부분은 새로 생겨난다. 나는 내 의지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내 몸의 다른 어떤 부분들은 수동적으로 따라 움직인다. 내 몸은 능동적이면서 동시에 수동적이다. 어쩌면 내 생각도 그런 부분들로 나눠져 있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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