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2. 23. 20:59

벌써 7년 쯤 전에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했던 적이 있습니다. '운영'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기에는 3개월 정도 잠깐 끄적이다 말았던 공간입니다. 그 당시에는 광고관련 기관에서 카피라이팅을 배웠기 때문에 광고와 관련된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주로 새로 나온 15초 짜리 TV 광고를 보고, 이 광고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그리고 그 광고는 기업의 어떤 상황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라고 추측하는 포스팅이었죠. 


심지어 제가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기관에서 강제로 시작해보라고 부추겼던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기관에서 공부를 끝마치고 나서는 다시는 그 블로그를 건드리지 않고 묵혀두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블로그라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쓴 글을 보기 위해서, 내가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사람들이 들어온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에 걸려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검색된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요. 얼굴도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지도 않은 루트로 내게 다가와 함께 소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서, 7년 간 시간을 낭비하다가 블로그짓을 하러 돌아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티스토리가 아니라 네이버로 돌아갔습니다. 네이버에 하나, 둘 글을 올리면서 내가 쓴 글들이 이전처럼 누군가와 공유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처음 만들고 나서 한참을 묵혀두면, 휴면 블로그가 되는 희안한 시스템이 걸려 있습니다. 휴면 블로그가 되면 내가 쓴 글들이 어디 하나 공개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글을 쓰더라도 허공의 메아리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물론 휴면은 곧 풀릴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글을 올리는 블로그는 휴면 블로그 처리에서 풀려나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블로그가 된다고 합니다. 새로 만드는 신규 블로그나, 휴면 블로그나 무엇 하나 검증되지 않은 블로그인 만큼, 시스템 안에서도 일종의 검증 같은 단계를 거치는 것이지요. 


언제 휴면이 풀리는 지 참 말이 많았습니다. 


72시간이면 풀린다, 3개월이 걸린다, 45개의 포스팅을 올리면 풀린다, 이웃과 많은 관계를 맺으면 풀린다 등등...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고 일주일 쯤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생각했습니다. 


' 내가 왜 굳이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할까? ' 


네이버 블로그의 장점은 다름 아닌, 소통입니다. 검색엔진에 내가 쓴 글이 잡히기가 쉬워지고, 쉽게 이웃과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인 것이지요. 티스토리나 구글블로그보다도 더 쉽게 조회수를 늘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네이버입니다. 그런데 그런 네이버에서 쉽게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경험을 할 바에는 UI도 더 자유롭고, 확장성도 넓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은 고민으로 이어졌고, 고민은 짜증으로 이어졌으며, 짜증은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티스토리로 이사왔습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