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8. 18. 23:46
나의 여행 준비 방식 
'그래, 여행을 가자!' 라고 마음을 먹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여행을 준비하시는지? 본인의 경우엔 보통 Sky Scanner로 항공권부터 뒤적거리는 편이다.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보통 어느 정도의 기간에 얼마 정도의 돈을 쓸지가 먼저 상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4일 기간안에 50~80만원 정도만 쓰는 여행을 준비하자고 마음먹는다면 선택지가 얼마 없다. 50%의 확률로 중국이나 일본을 생각하게 되고, 그 외 나머지 확률로 러시아, 대만, 동남아 정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정도 여행을 하는데 갑자기 유럽이나 남미를 가자고 마음 먹기는 참 힘든 일이다. (유럽의 경우 저가를 찾으면 충분히 가능하긴 하지만.) 

그래서 항공권부터 일단 지르고 나서야 여행을 간다는 실감이 난다. 그 때부턴 이제 네이버, 다음, 구글 같은 곳에서 열심히 검색을 시작한다. 사실 이런 곳에서 열심히 여행을 검색해봤자 90% 확률로 블로거들이 여행갔다와서 올린 후기 등을 읽어보는 게 전부이고, 이런 글들은 대개 주관적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솔직히 이런 건 조사라기보단 '감을 잡는다' 정도라고만 생각한다. 실제로 조사해보려면 서점 같은 곳에 가서 몇 시간이고 서서 여러 권의 책을 읽어보는 편이 훨씬 낫고, 그 중에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직접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책으로 정보를 모았다 싶으면 대충 이동 동선이라던가 어떤 장소에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확고해진다. 책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해당 장소를 명칭으로 삼아서 다시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블로그 글을 읽어봐도 되지만, 그걸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요즘 잘되어 있는 구글맵으로 해당 장소에 갔다와도 된다. 요즘엔 심지어 그런 걸로도 뉴스속보를 만드는 시대이지 않은가. 웃겨. 

그러고 나면 엑셀로 대충 일정표도 만들어본다. 30분, 1시간 단위로 빡빡하게 짤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런 계획들 다 지키기도 어렵다. 적당 적당히 3시간 단위로 만들면 충분하다. 관광지에는 볼거리도 전부 몰려 있기 때문에 적당히 어딜 가겠다고 계획만 해줘도 알아서 동선이 나온다. 

그 뒤엔 호텔 앱이라던가, 게스트하우스라던가, 에어비앤비 등으로 숙박 예약을 한다. 각 숙박 시설마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예약을 하면 된다. 혼자 여행 하는 사람이 호텔로 숙박 예약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호텔이 아무래도 편하고 안전한 곳이긴 하지만, 철저히 외부와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긴 어렵다. 때문에 혼자 여행할 땐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을 적극 알아보는 편이 좋다. 

가장 마지막은 먹거리다. 사실 음식점을 굳이 알아보지 않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이나 이집트, 서아시아 국가들, 혹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경우엔 검색하지 않고 직접 가서 물어보는 것이 훨씬 좋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블로거들이 올린 맛집이라는 곳은 대개 맛집이라기보단 언어가 겨우겨우 통해서 쉽게 찾아간 장소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 곳에 가면 현지의 맛집을 맛본다기보단 한국인들만 잔뜩 있는 장소를 찾기 십상이다. 솔직히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정보가 많은 국가의 경우엔 미리 미슐랭이라던가 맛집 정보를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한국인이 넘쳐나는 건 피할 수 없다. 단순히 '맛있다'라는 감각보다는 '현지의 맛집'이라는 걸 느끼고 싶다면, 무작정 아무 곳이나 찾아보거나, 길거리 노점이나 장식품점의 주인장에게 동네 맛집을 물어보거나, 더 확실한 걸 원한다면 아예 현지 언어로 맛집을 검색해서 가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이런 정형화된 방식으로 여행을 준비해서 움직이다보니 갈 수록 여행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이런 여행 준비에선 테마가 없지 않은가.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경우엔 북유럽에 여행을 가서 현지 명소들은 하나도 둘러보지 않고 웬종일 LP가게만 머물다가 돌아온 경험도 있다고 한다. 카피라이터 김민철은 여행을 가서 주구장창 현지 벽 사진만 찍고 돌아오고, 만화가 타카기 나오코 같은 경우엔 한 가지 음식을 정해서 다른 어떤 음식은 먹지 않고 그 음식만 주구장창 먹다가 돌아오기도 한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완벽하게 준비된 여행, 모든 걸 빠트리지 않고 보고 맛보고 오는 여행도 좋지만 이런 뭔가 한 가지에 푹 빠진 여행이 오히려 더 매력적인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그런 과정이 더 기억에 남을 지도 모르고. 막상 난 그렇게 해보질 못해서 뭐가 더 좋은 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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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