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6. 7. 23:41

저자 : 타카기 나오코 / 옮긴이 : 윤지은
출판사 : arte 출판
초판 1쇄 발행 : 2015년 10월 27일 

1.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며
우리 부모님도 이미 몇 년 전에 은퇴하셨다. 완전히 일을 쉬시면서 연금을 받으시며 생활하신다. 같이 은퇴한 친구분들과 함께 계절마다 여행을 다니시는데, 중국, 동남아, 일본 이곳저곳 많이 여행을 다니신다. 

아버지께선 오랜 생활 근무하시면서 귀를 혹사당하신 탓에 오른 쪽 귀가 들리지 않으신다. 그나마 들리는 왼쪽 귀도 이명이 심해서 일반인이 듣는 소리의 1/3 수준 정도 밖에 듣지 못하신다. 이 때문에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때면 목소리가 커진다. 근데 이렇게 큰 목소리로 얘기하는 걸 우리 아버지도 다 알아들으신다. 내 목소리가 너무 커진다 싶으면 "시끄러! 뭘 그렇게 큰 소리로 얘기하냐."라고 말씀하신다. 

귀가 불편한 탓에 아버지는 먼 곳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시는 걸 힘들어 하신다. 친구 모임으로 유럽에 여행을 가신 것도 어머니 혼자셨다. 아버지는 가까운 곳으로만 주로 여행을 떠나시는데, 아무래도 여행하면 일본이 가장 편한 게 아닌가 싶다. 

타카기 나오코가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한국으로 여행을 갔던 것처럼, 나도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으로 자주 여행을 갔다. 올해까지 따지면 벌써 3번이나 함께 일본에 갔다. 아버지도 이젠 그 여행이 지겨워지신 것인지, '이젠 다신 일본 안와도 되겠어. 다, 그게 그거 같고, 신비한 것도 없다.'라고 하셨다.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을 가는 건 그래도 다른 해외보다는 난이도가 낮을 것이다. 나도 웬만한 생활 일본어는 가능해서 여행지를 찾아가거나 쇼핑하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일에 맞춰서 여행 스케쥴을 짜거나, 부모님이 좋아하는 음식집으로 찾아간다거나 하는 부분들 말이다. 효도랍시고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에 나서도, 왠지 모르게 내 욕심이 발동하면 부모님의 취향과 상반된 곳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어 감정적으로 힘들고 죄스러운 부분도 생긴다. 

이번에 읽은 '효도할 수 있을까?'에서도 부모님과 자식 간의 미묘한 욕심의 차이가 드러나는 게 느껴져서 꽤 흥미로웠다. 사람은 누구나 다 비슷한 면이 있구나 싶기도 하면서도, 이런 부분들을 포착해서 재밌는 만화로 그린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어떤 기사에서 이런 걸 보았다. '부모님께 효도하려면 어떤 것이 가장 좋을까요?'라는 설문에 효도여행이 1위인가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태원준 씨의 여행 에세이 '엄마, 일단 가봅시다'도 부모님과 함께 여행 가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었다. 요즘엔 예전과 달리 부모를 모시고 여행 다니는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주변 친구들도 취업한 뒤에 부모님을 모시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걸 보면, 사람들은 다 비슷한 욕구를 갖고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2. '효도할 수 있을까?' 3줄 평 
- 타카기 나오코의 만화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어딘가 마음에 남는 게 있어서 참 좋다. 
- 항상 우리 부모님만 보다가, 다른 사람이 부모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고 있는 지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롭다. 
- 역시나 요즘 시대에 효도라고 하면 모두가 '여행'을 떠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