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6. 20. 23:54
회사에서 보내주는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플라스틱으로 된 좋은 커피컵을 2개 구했다. 세미나 휴식시간에 강연장 입구 쪽에서 홍보삼아 공짜로 커피를 나눠주면서 받은 물건이다. 종이 커피컵처럼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나눠주는 것 같아서 그걸 가방 속에 넣어서 가져오는 게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아마 나처럼 남들 몰래 가방에 넣어오신 분들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예쁜 모양의 플라스틱 컵이 있으니 용도가 꽤 남다르다. 스타벅스에 가서 이 컵을 내밀며 주문을 하면 300원을 깎아준다. Tall 사이즈 커피로 주문하면 컵에는 살짝 모자란 느낌이 드는데, 덕분에 그보다는 더 채워서 음료를 준다.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사실 이런 플라스틱 컵을 탐냈던 건 꽤 오래 전부터였던 지라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컵을 찾아보긴 했었다. 가방에 들고다닐 것이라 무게도 가볍고, 디자인도 깔끔하며, 뚜껑이 달려있는 컵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몇 개월 지난 채로 지내고 있었는데, 오히려 공짜로 받은 것이 제 값 이상을 한다. 

살면서 이런 식으로 얻어 걸리는 물건들이라던가, 관계들이 있는데 항상 노력한 것 이상의 가치를 준다. 물론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면 그게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전부터 생각을 했었다면 그게 가치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잡문 > 기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당적당히  (0) 2018.06.26
추리하는 사람들  (0) 2018.06.21
예전에 했던 생각  (0) 2018.06.12
마주치는 부끄러움  (0) 2018.06.08
언어  (0) 2018.05.30
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8. 6. 12. 23:56
어떤 물건이 단 하나의 가치만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산업사회의 기본적인 전제다. '제품'이란 것을 이루는 원재료들은 본질적으로 재료에 종속하게 되고, 완전 무결하게 하나로 귀결이 된다. 실제로 각 고객에게 제공되는 모든 물건들이 망처럼 연결될 수 없이 독립된 개체가 되기 위해선 그것들이 독립화된 재료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물질을 바탕에 둔 산업에게 있어 무결성과 독립성은 중요한 요소이다. 

그것이 애매모호해지는 것이 요즘 사회에서 중요한 트렌드가 아닐까? 

각각의 속성들은 하나의 개체에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중적인 속성을 지녀서 애매모호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기존의 사고방식에선 그게 오류로 인식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마치 유일한 길인 것처럼. 


'잡문 > 기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리하는 사람들  (0) 2018.06.21
커피컵  (0) 2018.06.20
마주치는 부끄러움  (0) 2018.06.08
언어  (0) 2018.05.30
노력  (0) 2018.05.27
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8. 6. 8. 23:53

매일 같은 카페에 간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직원이 날 정확하게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내가 평소에 마시는 음료를 인식하고, 내가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거라는 걸 알고 몇 가지 멘트들을 생략하기 시작했다. 내가 완전히 낯선 사람이라면 그들의 삶 속에서 인식되지도 않을테고 혹은 구설수에 오르지도 않을텐데, 기억이 되기 시작하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손님인지에 대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비슷한 이유로 이틀 연속으로는 절대 같은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사지 않았다. 저녁에 맥주를 사서 마신다는게 부끄러워 했기 때문인 탓이고, 내가 미성년자이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 나의 맥주 음용을 보며 자기 나름대로 나에 대해 어떤 말을 할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라고 하지만, 사실 뭐 내가 입방아에 오른들 그게 뭔 상관일까 싶기도 하다. 

'잡문 > 기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컵  (0) 2018.06.20
예전에 했던 생각  (0) 2018.06.12
언어  (0) 2018.05.30
노력  (0) 2018.05.27
가치 창출형 인간  (0) 2018.05.26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