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국내소설2017. 2. 24. 20:54

저자 : 김주영
발행처 : (주)인디페이퍼
초판 1쇄 발행 : 2017년 1월 16일 

[1. 책으로 들어가며]
전 아직 책에 대한 내공이 없고, 한국 소설에 대해서는 더더욱 내공이 없습니다. 훌륭한 책 블로거들, 그리고 제 주변의 책덕후들은 책을 고를 때, 작가를 많이 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작가들은 매번 다른 종류의 책을 내긴 합니다만, 그들이 갖고 있는 주제 의식은 언제나 유사성을 갖고 흐르며, 그들이 갖고 있는 문체는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냄새를 풍깁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사람은 자신만의 습관과 자신만의 버릇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간 코너(페이지?)에서 우연히 고르게 된 이 책에서 유일하게 제가 고려한 것은 '시간'이라는 단어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 정말 타임루프 물을 좋아하거든요.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ARQ'라는 영화라던가, 2016년 최고의 타임루프 만화 '나만이 없는 거리', 한국 최고의 타임루프 드라마로 손꼽히는 '나인'도 모두 타임루프에 해당합니다. 이 때문에 책 제목에 '시간'이라는 제목이 들어갔다면 이 책은 최소한 타임루프를 다루는 종류의 책일 것이니, 제 기대를 충족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 책은 타임루프가 아닙니다. 

일종의... SF 소설이며, 일종의 (아주 얄팍한) 추리 소설입니다. SF의 형태를 빌리고 있긴 합니다만, 우리가 흔히 보는 암울한 미래에서 어둡게 진행되는 SF의 이야기를 다룬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살인범을 찾는 추리 소설인가 하면, 왠지 그런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도 싱겁게 끝나버리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사실 책의 줄거리보다는 각 인간 군상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입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는데, '서사'가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야기도 있으며, '아이디어'가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다. 라는 것이었죠.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을 3가지로 묶어서 굳이 칼처럼 나눠보라고 한다면, 저는 이 책에게 '캐릭터'를 위한 이야기다, 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2. 저자 간단 소개]
김주영 작가의 책은 사실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 책은 30대 혹은 40대 초반의 중년 여성이 지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주영 작가는 올해로 40이 된 멋진 남자 작가입니다. (라고 제가 잘못 알았군요. 동명 작가가 있어서 제가 헷갈렸습니다. 역시 여성 작가였군요...) 

이미 17년 전에 PC통신 '하이텔' 시절부터 SF 소설을 써서 "그의 이름은 나호라 한다"라는 책을 냈었던 경험이 있는 작가입니다. 

이 작가에 대한 신문 인터뷰는 아래 링크를 통해서 한 편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3. 책의 구성]
제 마음대로 재구성해서 정리해 보자면 이 책은 3 파트로 이뤄집니다. 

첫째, 시간이민국 수석 사무관(서열 No.3)인 "제"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지한"을 일제 강점기 시대에서 미래 시대로 강제 이민시키는 과정에서의 배경 설명 부분입니다. 흥미로운 배경 설명인 '시간 이민'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주인공 '지한'이 어떻게 미래시대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미래 시대에서 자신보다 먼저 이 시대로 이민 온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며, 여러 갈등과 사건을 겪게 됩니다. 

둘째, 주인공 '지한'을 미래 시대로 이민 올 수 있도록 신청했었던 '수향'에 대한 행방에 대해서 다루는 부분입니다. 
(이 이상은 스포라서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셋째, 주인공이 넘어온 이 미래 시대가 갖고 있었던 문제점들이 드러나며, 주인공이 넘어오게 된 이유, 그리고 지금까지 등장한 여러 인간 군상들이 갖고 있던 목적과 방향이 드러납니다. 

[4. 책과 관련된 토론 주제]
1) 현대 사회까지도 여전히 우리는 '하나의 국가'에 살아가는 민주 시민이기는 합니다만, 민족주의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큰 갈등과 다툼을 동반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에서 '제'는 평화로운 미래 시대로 넘어온 조선인 무리와 일본인 무리가 서로 심각한 갈등을 하는 것을 보고, 모든 사람들을 죽여버리는 놀라운 일을 단행합니다. 당신이 '제'의 행동을 용납할 수 있나요? 

2) 당신 삶에서 가장 봄이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언제였습니까? 

[5.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만화 : 총몽 
드라마 : 도깨비 
(스스로도 놀랄 만큼, 책을 읽으면서 자꾸 공유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드라마 속 공유가 짓고 있는 차가운 듯 하며서도 어딘지 모를 따뜻한 시선이 이 책의 주인공 중 하나인 '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이 책의 묘사에 따르면 제랑 공유는 명확히 닮은 인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뭐, 제 맘이니까요. 그게 책을 읽는 매력 아니겠습니까?

[6. 3줄 요약]
- 캐릭터가 매력적인, 하지만 왠지 SF 같지 않은 SF 소설 
- 어둡지 않은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 (한국 SF 소설들은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구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착각일까요?) 

- 재밌고 쉽게 읽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너무 소설 속 세상이 단순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없잖아 있습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