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2. 7. 23:46
비트코인
강남역 신분당선을 매일 이용하는데, 그곳에도 광고가 걸렸다. 비트코인 거래서 광고였다.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도 비트코인 광고가 넘쳐난다. 이건 아마 내가 관심을 갖고 비트코인 사이트를 몇 번 방문한 탓일 것이다. 관심없는 사람에겐 애초에 광고 팝업 자체가 뜨지 않으니까. 그런데 요즘 사람치고 비트코인에 관심 갖지 않고 하루를 넘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일 같이 뉴스에 등장하고, 예능에도 언급되고,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를 보면 비트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로 넘쳐난다. 

같은 수익률이라면 사실 주식에도 비슷한 사례가 넘쳐난다. 올 한해 동안 14배가 오른 종목도 있고, 10배가 오른 종목도 있다. 돈을 벌겠다고 마음 먹고 묵혀둬서 승리를 거두는 사례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 문제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14배가 오를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주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주식도 그렇고 비트코인도 그렇고 등락이 있다.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오른다. 항상 주변에선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다.' '이번에 떨어지면 다신 회복 못할 것이다' 라는 식으로 괴롭히는데, 그러다 보니 마음이 약해져서 종목을 팔았다가 다시 살펴 보면 크게 폭등한 경우도 종종 있다. 

어떤 종목이든 끝 판에 다가갈 수록 그 등락은 더 심해진다. 올해 주식 장에서 가장 핫한 종목 중 하나였던 신라젠이 이 예시에 속한다. 천천히 오를 때는 하루에 1~2% 오르는 수준이더니만, 마지막 폭등 때에는 30% 가깝게 뛰어 올랐다. 그 때는 주식판이라기보다는 도박판에 가까운 형세였다. 비트코인은 그 형세가 더 심하다. 주식처럼 한정된 시간에만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동안 운용되는 것이다보니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시도 때도 없이 시장이 오고간다. 하루 30%가 웬말인가. 50% 이상이 오르락 내리락한다. 그럼에도 조금만 버티면 계속 오르는 기세이니, 주변에서 관심이 없던 사람도 마지막 판에 끼어보고자 빚을 내서 올라타는 형국이다. 

차라리 전세계 사람들이 다같이 비트코인에 탑승하면 좋으련만, 한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한다. 웬만한 초거대기업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하니, 비트코인이 폭락하면 단순히 그걸 산 사람들만의 문제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한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문제로 옮겨붙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다. 

요즘 내 주변에서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던 사람들마저도, 비트코인을 조금이라도 투자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걸 보면, 안된다. 이건 정말 사면 안된다. (이렇게 써놓은 글을 1년 후에 다시 볼 때, 나는 과연 후회할까? 아니면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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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