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2. 3. 23:16
혼자 사는 것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태껏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 가끔 가족들이 여행을 가거나, 다른 나라로 출장을 가거나 하는 문제로 혼자 지내게 된 경우가 종종 있지만, 아무리 길어도 그 기간이 1달은 커녕 일주일을 넘긴 적도 없다. 지금은 더이상 부모님과 지내지도 않는다. 부모님은 지방 소도시에서 따로 지내시고, 다른 가족과 서울에서 지낸다. 혼자 살아볼까 생각했던 적도 적지 않았지만, 가족으로서 각자 다른 곳에서 홀로 지낸다는 건 서로에게 지나치게 이기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내가 살아온 세상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여기서 느낀 그 감각이 건물의 문제인지, 동네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 영화가 풍기고 있는 시나리오의 문제인가 생각했는데, 그런 것보다도 아마 가족의 유무가 가장 컸던 게 아닌가 싶다. 여러 건물을 건물을 갖고 있고, 돈으로는 문제없이 살고 있는 주인공 심덕수도 홀로 사는 사람이었고, 민사장, 김지은, 배두식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혼자 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할머니가 생각났다. 집에 있는 나의 가족. 언제 한 번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날에 그녀가 내게 말했다. '아무리 집에서 떽떽 거려도, 네가 없으면 무서워서 문을 다 잠가놓고, 어디 나가질 못한다.'라고. 

사람이 있던 풍경이 두 명에서 한 명으로 바뀌는 것뿐인데도, 이야기는 가족 코미디에서 서스펜스 스릴러로 바뀐다. 공포 영화에서 언제나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순간은 친구와 떨어져 혼자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혼자 있는 게 어딘지 모르게 모던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혹은 차라리 속 편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만큼, 공간 속에 혼자 있으면 그것이 무섭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샤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외쳤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그 지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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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