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10. 17. 23:45

저자 : 김민철

출판사 : 북라이프
초판 1쇄 발행 : 2016년 7월 25일 

1. 여행에 대한 단상 
이런 여행 에세이가 많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여행지에 가서, '내가 뭘 봤다.', '어느 장소에는 뭐가 유명하더라', '이건 꼭 먹어봐야 한다' 라는 식의 이야기는 굳이 내가 만 원 안팎의 돈을 주고 여행 에세이를 읽지 않더라도 인터넷 어디서도 찾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블로그 검색하면 그런 건 순식간이다. 이 책처럼 사람들이 여행하면서 느끼는 생각에 대해서 말해주는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조금은 일기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무시한 채로, 솔직하게 말해주는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진지하다고 욕을 먹더라도. 

<모든 요일의 여행>은 여행 에세이의 형식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여행 그 자체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가고 있는 한 인간에 대한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는 난, 그 인간을 관찰하는 관찰자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그 점이 인상깊은 책이다. 

2. 여행에서의 시간과 공간 선택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동시에 여러 순간을 사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택을 한다. 지금 어디에 있을 것인가, 거기에 언제 있을 것인가. 여행에서 이 두 가지 질문은 끝없이 교차한다. '나의 시간'을 선택하고 '나의 공간'을 선택하여 그 둘을 직조하면 비로소 '나의 여행'의 무늬가 드러난다. 이 무늬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며 나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그 무늬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의무가 된다.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제길, 이런 건 해봤자 별 의미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행 준비란 게 어떤 걸까. 인터넷 검색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녀왔던 여행지를 샅샅이 찾아보고, 여행 서적을 찾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장소를 정리해보고, 다른 사람들이 해봤던 경험을 해보고,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경험한 시간을, 나 역시 똑같이 되짚어 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런 생각도 든다. 최악의 여행 준비는 가장 완벽한 여행 준비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 여행이 진행되버릴 경우엔 아주 골 때리는 상황이 찾아온다. 여행에서 아무런 모험도 하지 못하는 것. 

웃기는 일이다. 

열심히 여행 계획을 짜놓고서는, 그 여행 계획이 흐트러지길, 혹은 그 여행 계획을 넘어서는 어떤 작은 발견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 나에게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막상 아무런 여행 계획도 짜지 않으면, 여행지에서 아무 것도 못한 채 안전하게 돌아오고 만다는 걸 난 안다. 요즘 여행 가고 싶은 생각이 잘 드지 않는 이유는, 이런 마음 때문인 것 같다. 

3. 작은 마을 찾기 
작은 마을들은 어김없이 우리를 환대한다. 큰 도시에서는 우리를 버린 것임에 틀림이 없는 행운의 여신이, 유독 작은 마을에서는 우리를 잽싸게 발견한다. 

라고 책에 쓰여있긴 했는데, 사실 작은 마을로 찾아가는 건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공항이 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은 정말 큰 도시이고, 우리가 여행지를 선택할 때는 보통 이런 큰 도시를 기점으로 움직인다. 볼거리라던가, 정말 맛있는 음식점들도 이런 큰 도시에 몰려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조차도 굳이 작은 마을을 찾아가지는 않지 않는가. 특별히 뭐 대단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그런 작은 마을에 찾아가 하루를 보내고 나면, 묘하게 마음에 와닿는 구석이 있다. 큰 도시에서 이것 저것 많이 구경도 하고, 맛있는 걸 먹어도, 이상하게시리 작은 마을에서 보냈던 소소한 하루가 더 인상에 남는다. 라는 식으로 쓰여 있었다. 막상 나도 여행지를 선택할 때 작은 마을을 골라 시간을 허비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 다음 번 여행은 그렇게 보내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4. '모든 요일의 여행' 3줄 평 
- 내가 지금 시를 읽는 건지, 여행 에세이를 읽는 건지... 
- 단숨에 읽으려고 하면 너무 유치한 거 같고, 짧게 끊어 읽으면 좋더라. 그래서 다 읽는데 열흘이나 걸렸다. 
-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혼자서 혹은 연인과 함께 여행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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