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진 심장으로
좋은 일에 쓸 예정이다 오늘치의 어둠을 모아서 어두웠던 것을 빛나 보이게 할 생각이다
단 한 번의 불을 켜기 위해 새가 날아오른다
수비대는 밤새 침묵으로 방어했다
그 무기가 탐나서
곧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어깨와 어깨 사이에 뼈가 있다
두 사람을 잇기 위해서 부러져야 하는 뼈
예쁘게 웃는 사람의 하얀 앞니가
오늘의 기분을 구부리는 데 성공한다
여름에 본 소년이 가을에도 소녕이었을 때
겨울이 되면 안아 줄 것이다
데리러 가지 못한 봄에는 서로 모른 체하더라도
꽁꽁 언 피는 뺨과 귓불에 그치게 될 것이다
난생처음 본 난로 앞에서
견디지 못한 몇 초와
견디고 있는 몇 년을 교호나할 것이다
붉은 입술이 심장의 구멍이 될 때
머뭇거리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 서윤후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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