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8. 5. 21:00

저자 : 율라 비스 / 옮긴이 : 김명남
출판사 : (주)열린책들
초판 1쇄 발행 : 2016년 11월 25일 
전자책 발행 : 2016년 12월 16일 

1. ‘면역에 관하여’를 보며 주로 느꼈던 생각들 
이 책은 면역과 관련된 주제로 총 30편의 에세이를 모은 에세이집이다. 다만 이 에세이를 저술한 율라 비스는 의학계에서 일하는 의사나 연구자가 아니라, 아이의 어머니이자 미국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면역에 관하여’에 실린 13번 째 에세이 ‘여성 치료사와 비난받는 엄마들’은 수 세기 동안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서만 공부하고 인체에 대해 공부하지 않아 실패해왔던 공적인 의사집단에 대항하는 어머니 집단, 여성 치료사를 소개한다. 그 에세이에 따르면 실제 오랜 인류의 세월 동안 가족의 생명을 책임지고, 경험으로서 생존의 첨단에 서 있던 이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물론 그 에세이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관점으로 중립적인 결론을 내는 것에 성공하지만, 사실 내가 느낀 건 율라 비스라는 저자가 바로 그 어머니 집단에 속한 똑똑한 저널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율라 비스의 30편의 글들은 지적으로 충만한 사료에 바탕을 두고 있고, 또한 자신의 경험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아이를 기르며 배우고 느꼈던 것들이 생활 수준을 넘어서서 오랜 역사와 시적인 은유를 넘나든다. 일례로 율라 비스가 아이와 함께 헌혈을 할 때, 그는 그 행동이 자신의 뱀파이어성에 대한 해독제가 될 거라 여긴다. 이런 종류의 은유가 미국인이라서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책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생각은 개인주의의 탈을 쓴 이기주의에 대항한 인간 공동체의 회복, 혹은 인간을 넘어서 자연 전체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지향이다. 면역이란 주제로 이런 고민을 붙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우리는 모두 오염된 존재이다. 자기 몸의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미생물을 장 속에 품고 있다. 우리는 세균으로 우글거리는 존재이고, 화학 물질로 포화된 존재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이어져 있다. 물론, 그리고 특히, 다른 사람들과도 

2. 그 외 인상 깊은 문구들 
<드라큘라>는 뱀파이어에 관한 이야기인 것 못지않게 이 문제, 즉 증거와 진실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진실이 다른 진실을 탈선시킬 수 있다고 암시하면서,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는 아직도 백신 접종이 질병보다 더 무서운 괴물이라고 믿는 걸까? 

우리가 백신의 효과를 따질 때 그것이 하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만 따지지 않고 공동체의 집합적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까지 따진다면, 백신 접종을 면역에 대한 예금으로 상상해도 썩 괜찮을 것이다. 그 은행에 돈을 넣는다는 것ㄴ 스스로의 면역으로 보호받을 능력이 없거나 의도적으로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집단 면역의 원리이고, 집단 접종이 개인 접종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은 바로 이 집단 면역 덕분이다. 
(중략)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게 위안일 때, 대체 의학이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강장제는 천연natural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인간의 한계에 좌우되지 않는 의학, 전적으로 자연이나 신이나 그도 아니면 지적 설계에 의해 마련된 의학을 암시한다. 자연이라는 단어는 의학의 맥락에서 순수함, 안전함, 무해함을 뜻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연을 좋음의 동의어로 쓰는 태도는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심하게 괴리된 결과인 게 거의 분명하다. 

3. ‘면역에 관하여' 3줄 평 
- 어떤 주제(교육, 의학, IT, 역사, 기타 등등)를 갖고 쓴 에세이집 중, 가장 단단한 책이 아닌가 싶다.  
- 이 책은 면역이라는 어떤 과학, 이론,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람을 말하고 있다. 
- 면역을 둘러싼 풍부한 은유와 사고의 역사에 놀랐다. 다만, 한국인의 시야에선 다소 낯설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