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6. 12. 23:27
몰입하기
지금도 내 책장에 꽂혀져 있는 책, 칙센트미하이가 쓴 '몰입'이란 책은 내가 가장 오래 전에 읽은 책 중 하나다. 주석을 제외하고도 435쪽이나 되는 긴 책이지만, 고교 시절 주말 사이 서점에 가서 사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서서 끝페이지까지 다 읽었다. 대학생이 되고 우리 집 근처에 대형 서점이 하나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서점에 갔을 때 발견한 책이 '몰입'이었다. 고등학교 때 봤던 책과는 표지가 다르고 두께도 더 두꺼워진 점이 맘에 들어 충동구매했다. 막상 표지를 뜯은 후에 책을 읽어보니 완전히 같은 내용이라 실망했다. 책이 두꺼워진 이유는 주석을 수십 페이지에 걸쳐 정리해둔 탓이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몰입하고 있을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하다. 몰입을 하기 위해선 처음엔 낮은 난이도에서 점점 높은 난이도로 올려야 하고, 그에 맞춰 노력을 높여야 한다." 

이 격언은 내가 공부 습관을 갖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어떤 공부를 시작하든 난 쉬운 난이도로 시작했고, 점점 어려운 문제를 풀면서 재미를 붙였다. 가끔은 내가 '실제로는 몰입을 전혀 안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내 스스로가 몰입되어 있어서 주변 소리가 안들린다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 '몰입'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나오길 바랐지만, 회사 업무란 건 조금도 몰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 차라리 내가 코딩을 짜는 프로그래머나, 그림을 그리는 화가 혹은 디자이너였다면 몰입에 집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라고 말한다면 실제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의 입장에선, 해본 적도 없으면서 뭘 안다고 그러냐,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튼 내가 하고 있는 업무는 사람들에게 계속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고, 어딘가 가서 이야기를 걸고, 회의를 하는 일상의 연속이라 혼자 어딘가 틀어박혀 몰입하는게 쉽지 않다. 

차라리 일하는 것보단 노는 게 더 몰입하기 쉬운 것 같다. 블로그에 쓸데 없는 포스팅을 올리는 것도 꽤 몰입을 높여준다. 남들 시선으론 아무 생각없이 포스팅을 올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도 '정말로 아무 생각없이 포스팅을 올리긴 한다.' 


Posted by 스케치*